[시론] '이열치열'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

  • 오피니언
  • 시론

[시론] '이열치열'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

  • 승인 2016-08-03 13:38
  • 신문게재 2016-08-04 23면
  •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더워 죽겠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우리나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가 온도와 습도가 같이 높아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이때는 밤 시간의 온도가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낮에는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 된다. 이 같은 온도가 지속되면 우리 몸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사병, 열사병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은 체온이 36.5도로 유지되도록 조절되는 정온 동물이다. 무더운 여름이나 매섭고 추운 겨울에도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는 늘 약 36.5도로 체온을 유지해 준다. 하지만 여름철에 바깥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우리 몸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체온이 37도에서 40도 사이로 증가하고, 또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대부분의 경우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이때를 일사병이라 부른다. 피곤함과 나른함, 구역감 두통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는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중추가 아직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체온이 40도를 넘어서면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에 도달한다. 이때를 열사병이라 부르는데, 체온 조절 중추가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의식도 혼미해지고 우리 몸의 단백질에 변성을 초래해 심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들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예전엔 삼복더위에도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논에 나가 피도 뽑아야 하고, 밭에서 잡초를 뽑고, 김도 매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더위를 참아야 했고 좀 심한 경우에는 쓰러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때문에 무더위에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보양식을 찾았다. 오리탕, 장어구이, 영계백숙, 민어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내고 농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예전에 왜 하필이면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이라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더운 음식을 먹는 방법으로 여름철 체력을 보충하게 되었을까?

이는 아마도 온도가 높아지고 습도 또한 증가하는 여름철엔 수많은 세균들이 번식하는 최상의 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런 세균들의 공격과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균 등은 무더운 여름의 더위와 습도를 필요로 한다. 이들의 번식은 질병의 전파를 유발하고 그래서 여름은 수많은 질병이 창궐하는 시기다. 특히 음식을 한 후 조금만 방치해도 상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물을 매개로 하는 수인성 전염병이나 식중독의 발생은 여름철에 가장 많다. 아마 40~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여름철 배앓이를 한두 번씩은 해본 경험이 있으리라. 영양도 부실하고 위생상태도 좋지 않았던 지난날에는 음식을 통한 수인성 전염병이 한 나라의 주된 사망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세균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해결할 항생제도 변변치 못했기 때문에 그나마 끓여 먹는 음식이 안전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시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선조들의 지혜인 이열치열을 잘못 해석해서 더위에 땀이 나고 힘든 일을 무리하게 한다면 신체의 면역성이 떨어져 더 많은 질병으로 고생하게 될게 분명하다. 이 더위에 세균에 의한 질병이 창궐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이열치열'이라 함은 음식을 끓여서 세균을 박멸하는 방법, 즉 더위로 인한 세균의 번식을 막아 질병을 예방하자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로 생각된다.

무더운 여름철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위한 방법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천하고 있는 방법 또한 '손을 자주 씻고, 물은 끓여먹고, 음식은 익혀먹자' 이다. 이는 곧 '이열치열'의 기막힌 생활적용법이 아닐까.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인지면 당율저수지서 물고기 1천여 마리 집단 폐사
  2.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3. 충남대 ‘NEXUS’ 승부수… KAIST·기업 역량 모아 '서울대 10개' 도전
  4. 2375명 중수청 특례임용 지원… 대전청 비수도권 ‘선호지’ 될까
  5. 공공기관 이전 발표 임박에 충청권 지자체 '후끈'
  1. 전직 소방간부 자녀 근평 7위→2위… 전 둔산소방서장 벌금형
  2. '휠체어' 타고 75일 유럽 여행기… 세종시서 듣는다
  3. KAIST, 물방을 맺히는 신기술로 열전달 5.5배 향상 개발
  4. 기업은 대학 안으로, 성과는 중부권으로… 충남대 IoC 구상
  5. [앵커 ON] 강의실·연구실·기업 한 팀… 한남대의 '새 실험' 지역 성장으로

헤드라인 뉴스


KAIST·기업·출연연 총결집… 충남대 ‘NEXUS’ 승부수

KAIST·기업·출연연 총결집… 충남대 ‘NEXUS’ 승부수

정부의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과제에 따른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에 충남대가 KAIST와 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량을 결집한 대학 혁신모델로 도전한다. 대학 한 곳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전에 집적된 과학기술 역량을 교육과 연구, 산업으로 연결해 중부권 대학과 기업으로 확산하고 지역 청년의 취업과 정주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충남대가 제시한 모델은 'NEXUS 과학기술대학·융합연구원'이다. 특히 KAIST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 인재양성과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는 점에..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50조 넘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부채 적신호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50조 넘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부채 적신호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 빚이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짐과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23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6월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0조 90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6월 22조 8090억원으로, 1년 전..

충청권 기름값도 하락세…대전·세종은 전국 평균 밑돌아
충청권 기름값도 하락세…대전·세종은 전국 평균 밑돌아

충청권 주유소 기름값이 전반적인 하락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역별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전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전국 평균보다 20원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인 반면 충남과 충북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6~20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62.5원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1.7원 떨어지면서 1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38.36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약 2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처서 무색한 폭염…음악분수 보며 휴일 만끽

  •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