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돋보기]체육계 (성)폭력 VIP가 해결해야

  • 스포츠
  • 한화이글스

[스포츠돋보기]체육계 (성)폭력 VIP가 해결해야

충남대 정문현 교수

  • 승인 2019-01-23 10:04
  • 신문게재 2019-01-24 12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문현
충남대 정문현 교수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중학생 여제자를 성폭행해 경찰에 구속됐다. 교육청, 협회, 체육회 등 온통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 일은 2010년도에 있었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얘기다.

대한체육회는 체육계에 만연된 폭력·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선수폭력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그해 7월에 선수보호위원회와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체육회와 시·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와 함께 구성했었다.

2006년부터 선수(성)폭력 예방과 근절 교육을 시작으로 스포츠人권익센터를 만들고 시도별 스포츠 인권 전문 인력풀을 구성하고(2006) 상담실 구축과 안내 책자를 제작 배포(2008년), 스포츠 인권 향상 중장기 전략 수립(2011년)과 2010년, 2012년 선수(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선수(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교육 동영상도 제작 배포해 왔고, UCC 동영상 공모전 개최, 2014년 선수 (성)폭력 실태조사와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 내 상담실을 개소했다. 2016년에는 스포츠 폭력·성폭력 실태조사와 국가대표 폭력·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대한체육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육계에서의 (성)폭력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되어 왔다.



필자는 2009년부터 스포츠인권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며 이 과정을 지켜봐 왔다. 결론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이러한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다.

그동안 대책을 보면 체육계의 훈련 환경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책은 전혀 없고, 사건 발생 방지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신고 등에 대한 교육만이 이루어졌다.

정작 필요한 학생 지도 방법 개선이나 시설개선, 지도자 관리 방안이나 선수 모니터링 방법 개선에 대한 내용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이러한 소극적인 대처들이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쇼트트랙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방송에서는 외국의 스포츠교육 환경을 특집으로 방영하며 국내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열악한 지도 환경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그렇지만 변한 게 없었다.

우리나라는 누군가 죽거나 크게 다쳐야 조금씩 변하는 나라다.

필자는 매년 개최되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스포츠인권 교육이 너무 형식적이며 이렇게 해선 선수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음을 여러 차례 건의해 왔다.

선수지도 시스템을 바꾸고, 예산 확충, 인권전문위원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전국 시도체육회에 위촉된 스포츠 인력 풀이 제대로 활동만 하게 했어도 지금의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의 미온적인 대처는 지난 15년간 계속됐다.

그런데, 사실은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방향이 달라져야 하겠다.

정부 사업을 평가하다 보면 사업 추진 근거에 'VIP 지시사항'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VIP 즉, 대통령 지시사항 또는 공약사항이니 예산을 배정하라는 얘기이다.

대한민국의 폐쇄적인 체육계 훈련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자격관리 및 선수 관리를 혁신하기 위해선 문체부 장관이나 대한체육회장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필요하고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내는 일이 절대로 쉽지 않으며 금액도 매우 한정적이어서 일시에 스포츠지도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필자는 이 문제가 깡그리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체육계에는 잘못된 훈련 구조가 수도 없이 존재하지만, 이를 개혁할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봐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FC 프로 마스터즈' 대전서 성공적 개막… KT롤스터 첫승 신고
  2. 봄 농사로 바쁜 농촌
  3. [현장 취재]언론보도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해결
  4. ‘사랑해요 우리읍내’ 행복으로 마을을 잇다
  5. 감스트,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서 팬사인회… 인파 몰려 인기실감
  1. [현장취재}김홍신 문학관 전시회 조병묵 명인 솟대전
  2. 천안시 서북구, 지적기준점표지 현황조사 실시
  3. 이봉근 명창, '성웅 이순신 충무공가' 새 대목 아산서 최초로 불러
  4. 순천향대,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구축
  5.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신규농업인 기초영농기술 교육추진'

헤드라인 뉴스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 요구 얼마나 수용할까… 29일 용산회담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 요구 얼마나 수용할까… 29일 용산회담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먼저 만나자’고 제안한 후 의제 선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이 대표의 전격 수용으로 성사된 만큼 ‘보여주기식’ 회담으로 퇴색될 경우 역풍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채상병 특검법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방송 3법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공식회담은 29일 오후 2시부터 대통령실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

대전시와 베트남 빈증성 동반 성장 약속
대전시와 베트남 빈증성 동반 성장 약속

대전시와 베트남 빈증성이 경제 교류를 통한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 경제사절단과 함께 21일부터 27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중국 난징시와 시안시, 베트남 빈증성과 호치민 시를 방문하는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 시장은 중국 난징과 시안을 거쳐 25일 베트남 빈증성과 경제교류협력을 위해 빈증성 행정청사를 방문했다. 대전시 대표단은 빈증성 당서기를 만나 대전기업들의 빈증성 진출을 위한 경제협력을 요청했고, 이어서 경제사절단과 함께 빈증성 인민위원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시장은 빈증성 인민위원장과 관계 공무원..

외식 품목 줄 인상에 가정의달 소비자 부담 커진다
외식 품목 줄 인상에 가정의달 소비자 부담 커진다

치킨과 피자, 김밥 등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5월 가정의 달 소비자들의 외식 부담이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대전의 냉면과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상 폭이 가장 큰 품목은 김치찌개 백반으로 2023년 3월 7800원에서 올 3월 9300원으로 19.2% 올랐다. 이 기간 냉면의 경우 9200원에서 1만 600원으로 15.2% 인상됐고, 비빔밥도 9100원에서 9800원으로 7.6% 상승했다. 자장면은 65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한민국 과학축제…‘북적이는 인파’ 대한민국 과학축제…‘북적이는 인파’

  • 봄 농사로 바쁜 농촌 봄 농사로 바쁜 농촌

  •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충청권 광역 응급의료상황실 방문한 한덕수 총리

  •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 지하식 소방용수 인근에 쌓인 건설폐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