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설렘, 스카이다이빙

  • 국제
  • 명예기자 뉴스

추락하는 설렘, 스카이다이빙

  • 승인 2016-11-04 14:26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기다리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날. 체코에 온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체코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직원들이 한국어를 잘했다. 문제는 센터 직원들이 한국어를 반말로 배웠다는 것이다.
“뒤로 돌아. 이거 잡아. 나를 봐.”
본인들도 한국어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 했다. 그냥 모르는 척 반말을 사용하는 듯 보였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은 듯 했다. 하나도 떨리는 기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 귀엽다고 해주자.

나까지 총 4명의 손님. 비디오 촬영자들과 손님과 같이 뛰어내리는 전문가이드까지 총 11명이 경비행기를 타고 고도 5000m로 올라갔다. 친절한 가이드는 올라가는 동안 장난을 쳤고, 덕분인지 긴장하나 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체코의 풍경이 저점 작아지더니 구름을 지나고 나니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뛰어내릴 시점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앞에 두 사람이 뛰어내리자 갑자기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가이드가 번쩍 일어나서 문 ㄱ근처로 가자 나는 가이드에게 대롱대롱 메달려 소리를 질러댔다.
“cancel! Cancel! I wanna cancel!"
"hold on your safe belt!"
취소하겠다고 소리치는 내 외침을 무시하고 안전 줄이나 꽉 잡으란다. 가이드는 내 의견을 수렴 해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열린 문 밖에 구름이 보였다. 바람이 거세게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중이었고, 사진 담당 가이드는 이미 비행기 밖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다리랑 고개를 뒤로 젖히라는 말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키는 대로 했다.
뚝.
훅 떨어졌다.
정말 훅.
떨어진다. 떨어지는 중 이었다. 떨어질 때는 ‘떨어진다’는 기분을 모를 정도로 눈 깜짝할 새 아닌가? 그런데 내가 떨어진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초속 몇 키로로 떨어지고 있는 걸까? 차가운 바람이 손과 볼을 강타했다. 저항력 때문에 손을 자유자제로 움직이기가 힘들었고 입도 한번 벌리면 다무는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얼마나 빠르게 지면으로 가까워지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땅으로 박힐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내가 ‘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은 묘했다. 떨어진다. 떨어지고 있다. 구름이 점차 가까워지더니 구름 속으로 쏙 들어갔다. 몇 초 동안 안개에 쌓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얀 구름이 걷히고 마을들이 보였다. 곧 낙하산이 펴졌다. 다리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이제야 안심이 됐다. 땅에 도착하고 나니 귀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면서 정신없이 기념사진을 찍고 정신을 차리니 모든 과정이 끝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할 때랑은 느낌이 달랐다. 패러글라이딩은 제 정신에 감탄할 수 있다면, 스카이다이빙은 다 끝나고 땅에 주저앉아 감탄한다.

“살아서 만났네요.”
무사히 내려온 같은 조 사람들과 인사했다. 못생김이 듬뿍 묻어나는 사진을 확인하며 아직도 들떠 있는 감정을 추슬렀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 체코에서의 스카이다이빙이 이렇게 끝났다. /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3.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4.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5.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