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에서 역류한 '톤레삽' 앙코르문명을 만들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메콩강에서 역류한 '톤레삽' 앙코르문명을 만들다

[천년의 숨결 앙코르와트 가다 2]
앙코르왕족 백만명 품은 호수
건기와 범람 반복하며 천혜의 젖줄
관광객 일색의 풍경에 안타까움도

  • 승인 2017-11-14 21:0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5529
톤레삽 호수에서 한 어부가 다른 선박을 견인하고 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자동차 50분 거리에 톤레삽이라는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씨엠립에서 남서쪽으로 15㎞ 떨어져 있는데 메콩강의 옆구리에 튀어나온 물자루 형태다. 숙소가 있던 곳에서 톤레삽까지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캄보디아의 도로가 비포장이 많고 그나마 포장된 도로도 넓지 않아 한국에서의 소요시간보다 2배 이상 걸리는 듯했다.



IMG_5292
씨엠리업에 설치된 대한민국-캄보디아 우정의도로 표지석
캄보디아 씨엠립에 사흘을 머무는 동안 중심도로를 벗어난 이면도로는 대부분 지금도 비포장 황톳길이었다. 그만큼 경제발전이 더디고 기반시설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씨엠립 거리를 걷다가 마주한 '대한민국-캄보디아 우정의 도로'표지석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귀국 후 찾아본 결과 대한민국 정부의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으로 앙코르와트의 우회도로가 2009년 마련됐다. 앙코르와트 서측 4.85㎞와 동측 10.34㎞ 등 두 곳에 총 15.2㎞의 길이로 완공된 이 우회도로는 앙코르와트를 관통하는 차량으로 유적지가 훼손돼 그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톤레삽을 찾아가는 길은 캄보디아의 숨결을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창밖 마을의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을 보는 게 씨엠립의 상업거리를 보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집을 짓는 공사장, 담장 밖에 내걸린 빨래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IMG_5431
톤레삽에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선착장 모습
그렇게 한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톤레삽의 선착장으로 많은 관광객이 유람선을 타기 위해 이미 모여 있었다. 어항에서 맡음 직한 물 비릿내가 살짝 느껴졌고, 곧이어 황토색 톤레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톤레삽 호수는 메콩강의 곁가지이면서 1년 중 6개월은 물이 크게 불어나고 6개월은 수위가 낮아진다. 메콩강은 캄보디아를 남북으로 가르는데 11~3월 건기에 물이 줄어 호수의 크기는 2500㎢로 서울의 5배 크기까지 줄고, 4~10월까지 우기는 1만3000㎢까지 커진다.

앙코르왕조의 번성기에 앙코르에 최대 100만명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러한 문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톤레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르지 않는 식수원이자 농경지에 물을 대는 수원지이면서 풍부한 어류를 잡아 올리는 보물 같은 존재였으리라.

IMG_5453
톤레삽 수상마을 주민들 모습
기자단 일행은 약속된 선박에 올라 본격적인 톤레삽 호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호수 주변 제방을 따라 물속에 지지대를 박고 그 위에 지은 집들이 이어져 있다. 톤레삽의 수상마을이다. 물 위에 있으니 담장 없고 보트가 유일한 통행 수단이다. 가난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수상 학교에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고, 물건을 진열한 슈퍼마켓, 교회도 있으며, 경찰서까지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수상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캄보디아인은 아니고 수상마을 주민 중 약 30%는 베트남 난민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의 우기는 톤라삽의 이사철이면서 하류에 자리잡고 잇던 선상가옥부터 하나씩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IMG_5528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톤레삽 호수를 쉼 없이 오간다
선상마을도 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톤레삽 깊이 들어선 후 기자단 일행의 배는 뱃머리를 돌렸다. 광활한 바다처럼 수평선이 펼쳐진 게 눈으로는 톤레삽의 너비를 가늠할 수 없었다. 선박 유람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물고기를 잡는 어선보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더 많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 올라 쉼 없이 팔을 저으며 물 위를 떠다니던 꼬마와 그물에 낚인 물고기를 털어내던 어부의 모습이 눈에 박힌 듯 기억에 남아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https://www.youtube.com/watch?v=cthJDObtUJg&t=22s
<캄보디아 연수기 동영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