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볼거리 많은 명품 진천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볼거리 많은 명품 진천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11-17 00:00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산이 70%인 금수강산, 산이 많으면 골 또한 많겠지요. 골이 많으면 건너야 할 곳이 많아집니다. 거기에 놓는 다리, 물길이 넓으면 넓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환경이나 목적, 사용재료, 형태, 공법에 따라 무척 다양하지요. 개울 건너고자 만든 징검다리, 협곡이라 높이 건너야 하는 외나무다리, 더 높이 걸쳐있는 구름다리.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다리로 알려진,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에서부터, 한국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 길이 7,310m 서해대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요. 건너거나 소통하기 위해 연결해 놓은 구조물이 다리입니다. 그를 지탱하는 구조물을 말하기도 합니다.

중부고속도로 달리다보면 증평IC와 진천IC 사이에 커다란 인공폭포를 만납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물이 떨어져 항상 보이진 않지요. 그 아래 흐르는 물에 다리가 놓여있는데요. 바로 진천 농다리입니다.



농다리는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洗錦川)에 놓여있는 돌다리인데요. 길이가 남아있는 93m 포함 100여m에 달한답니다. 1000여년 모진 풍상 이겨내고 현재에 이릅니다. 수량이 많으면 다리위로 물이 넘기도 하여 수월교(水越橋)라 불리기도 하구요. 붉은 자연석을 이용하였는데요. 건너며 보면, 속을 채우는 석회 등 보충물이 없는 건쌓기 방식으로 축조되어있음을 알 수 있지요. 홍수에도 유실되지 않는 뛰어난 기술이 숨겨있답니다. 정자에 앉아 바라보면 커다란 지네가 꿈틀꿈틀 강을 건너는 것 같습니다. 고개 너머에는 용모양을 한 초평저수지가 있지요.

지금이야 미호천 개발로 농지가 물에 잠겨 관광객과 낚시꾼만 오가지요. 마을과 마을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 농로를 잇는 소중한 다리였답니다. 건너는 사람마다 복 받고 소원 성취할 수 있다 하며, 아낙이 건너면 아들 낳고 노인이 건너면 무병장수 한다 전하기도 합니다.



일찍이 1976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으며, 진천군에서 농다리 주변 명소화 사업을 추진, 해마다 농다리축제를 열고 있다는 군요. 2005년에는 농다리 유래비, 2007년 농다리 전시관 개관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게 합니다.

농다리450
방송에 소개되고, 연속극과 영화 촬영장으로 이용되면서 관광명소가 되었나 봅니다. 어쩌다 보니, 올 봄과 가을 두 번 들렸는데, 전에 왔을 때와 달리 수많은 사람들로 몹시 붐비더군요.

진천에는 유달리 별난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국 종의 예술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다양한 종을 전시한 '종박물관'이 특별합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선생의 고유기술을 전수 교육하는 '주철장전수교육관'이 뒤편에 있습니다. 찾아갔을 때 단색판화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군립 '생거판화미술관'이 함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동서고금 역사인물 185개국 천여 명의 얼굴조각과 700여 동물상이 전시되어있는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도 장관입니다.

삼국통일 주역 김유신(金庾信, 595~673) 장군 혼이 깃든 '길상사吉祥祠',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宋江 鄭澈, 1536~1593) 묘 '정송강사鄭松江祠', 독립운동가 이상설(李相卨, 1870~1917) 영정과 위패를 모신 '숭렬사崇烈祠' 등의 역사유적,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92년 창건 불사를 시작한 보련산 '보탑사', 천주교 최초 조선교구 신학교 정착지 '배티성지' 등 종교유적과 시설, 근대 건축유산 '덕산 양조장', '포석 조명희 문학관'등이 빼어난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 명품 동네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대단히 예민하지요. 작은 변화로 생활 터전이 바뀌기도 하고, 자신을 변화시켜 적응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가장 무딘 감각기관을 가졌거나,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생명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다른 생명체는 특정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사람 발길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습한 더위나 극한 추위, 사막조건, 높은 고도로 인한 저산소, 저기압 등 가리지 않고 이겨내고 적응합니다. 적응력이 인류가 살아남는 위대한 능력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생명은 지속되지만, 문화는 자연과 사회 환경에 따라 알맞게 생성, 소멸되며 변화합니다. 때로는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전승되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모습을 갖춘 진천이 꿈꾸는 대로, 농다리와 같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고, 남북통일, 세계로 뻗어나가는 가교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4.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5.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