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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지난 9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 실내악 공연이 열렸다. '꽃보다 아름다운 챔버 뮤직속으로' 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브리, 하이든, 모차르트 작품을 통해 실내악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주회는 세 가지 측면에서 진지하게 살펴볼 무대였다. 대전예술의전당이 아닌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클래식음악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원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참여한 바우터 보센(Wouter Vossen)이 실내악단 리더로서 어떤 소리를 이끌어냈는지, 마지막은 대전시립교향악단 첼로 수석 이송희의 독주자로서의 면모였다.
첫 곡은 우리에게 생소한 브리, 또는 판 브레(J. B. van Bree 1801~57)로 불리는 19세기 초 네덜란드 작곡가 작품이다. 그의 '4개의 현악 사중주를 위한 알레그로'는 4명씩 구성된 현악사중주단 4팀이 만드는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16명이 표현하는 선율의 흐름은 팀별로 이동하며 움직인다. 첫 사중주단이 연주한 음악은 두 번째 사중주단이 이어서 받고 다시 세 번째 사중주단과 네 번째 사중주단이 연속적으로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속한 사중주단과의 음악적 조화도 중요하지만 4개 사중주단의 음악적 기량과 균형감 역시 전체음악 구성에 필수적이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대전시향 단원들이기에 브리 작품이 지닌 서정적인 선율과 정감 어린 음색은 자연스럽게 표출됐지만, 고도의 집중력으로 하나의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이어진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은 하이든 초기 대표작으로 바로크적 음형이 살아있는 역동적인 곡이다. 첼로와 앙상블 간의 균형감이 때로 흔들리긴 했어도 첼리스트 이송희는 정확한 음정과 뛰어난 테크닉, 명쾌한 울림으로 독주와 합주 간 대조와 경쟁이라는 바로크적 이상을 개성 있게 보여주었다. 앞으로 독주자로서도 다양한 연주가 기대된다. 끝으로 모차르트 교향곡 29번 연주에서 섬세함은 좀 아쉬웠지만 초기 작품이 지닌 격정과 밝음은 자연스럽게 돋보였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한 보센의 열정이 리더로서 긍정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주회는 음향 면에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이 클래식 공연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했다. 실내악의 본질인 균형과 조화 못지않게 공연장의 기능 역시 수준 높은 음악 연주에서 중요함을 깨닫게 한 뜻깊은 음악회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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