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말귀 어둔 사람과 지부상소(持斧上疏)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말귀 어둔 사람과 지부상소(持斧上疏)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8-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들어서 알고 있지만, 흘려버리는 것을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 합니다. 그 보다 더 답답한 것이 있지요. 귀는 있어, 듣고도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말귀 어둡다' 하지요. 벼슬이 높은 사람은 대부분 말귀가 밝지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어험' 하면 다 알아서 처리합니다. 밝은 것을 지나 과잉으로 대응하면 아부라 합니다.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봅니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의 상충되는 발언으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엇박자가 확연히 감지되지만, 청와대는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합니다. 그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누군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일부 비서관을 교체, 보강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잘못이 비서관에게 있을까요? 최근에는 경제관련 부처장들에게 "직을 걸고 일하라" 주문했습니다. 누구에게 한 말일까요? 좋아질 것이다, 좋아지고 있다, 좋아지는 조짐이 보인다는 둥, 기다려달라며 뭉개고 있습니다. 일 년 전에도 같은 말을 하였지요.

우선 수석비서관이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부터가 잘 못된 것 아닌가요? 비서실은 집행기관이 아닙니다. 비서실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돕는 것이 직분이지요. 정치 전면에 나서는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 봅니다.



지도자의 역할은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대소불문, 사회에 상중하는 항상 존재하지요. 조직 구성은 일정비율로 언제나 상존합니다. 필요 없다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솎아내도 다시, 다른 사람이 일정비율 자리를 차지하지요. 퇴출시키는 것은 현대 리더십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항상 존재하지요. 전체의 질을 높이는 것, 그것이 리더십이요, 정책이지요.

기업에 전문경영인을 데려다 놓으면 때때로 숫자 놀음하기도 합니다. 각종 지표를 올려놓거나 외형을 키웁니다. 기업활동은 순이익을 얼마나 가져오느냐가가 중요하지, 외형이나 규모에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자금 가동률 높이면 숫자는 얼마든지 늘어나지요.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실질소득 증가가 중요하지 일시적 지표나 외형 증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임금 올리면 국민 총생산은 일시적으로 증가 하겠지요.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데 숫자나 지표 올려서 무얼 하지요?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는데, 소득 오르는 게 대수인가요? 미래가 없는데 우선 배부르면 된다는 발상을 정책이라 할 수 있나요? 사탕발림은 가족에게나 하십시오. 감성자극 정책이나 교언영색(巧言令色)은 한시라도 빨리 접어야합니다.

우리 경제는 자체 순환 구조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수출 없이 경제가 돌아가지 않지요. 물론, '소득주도 성장론'을 반기는 사람도 있지요. 그들의 논거는 1997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성장 만능주의적 고정관념과 재원 중심의 사고를 깨뜨려줄 수 있는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지구상에 우리만 존재하나요? 동시다발, 세계가 함께, 동시에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세계시장을 보아야 하지 않나요? 시장경제를 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노동시장을 포함, 모든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정반합의 원리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 펼치고 있는 경제정책은 합이 아니란 생각이죠. 증명자료도 성공사례도 없는 이론으로 국가를 실험해서야 되겠습니까? 경제학이나 경제를 모르는 천학비재한 사람의 노파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소득주도 성장론이 그저 이론으로 남을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면, 숨죽이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무엇인가요? 알량한 자리보전을 위해서라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지부상소(持斧上疏)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옳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자신의 목을 치라, 도끼 들고 가 상소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목숨 걸고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정의로운 선비의 기개입니다.

고려 충선왕(忠宣王, 1275 ~ 1325, 고려 제26대 왕)이 부왕인 충렬왕(忠烈王, 1236 ~ 1308, 고려 제25대 왕)의 후궁인 숙창원비淑昌院妃 김씨를 취하자 당시 감찰규정監察糾正이던 우탁(禹倬, 1262 ~ 1342, 고려후기 문신이며 학자)이 지부상소 하였습니다. 1591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 ~ 1598, 일본 다이코太閤)가 사신을 보내 정명가도征明假途를 강요하였습니다. 이에 조헌(趙憲, 1544 ~ 1592, 조선 문신, 의병장)선생은 왜국사신의 목을 치라며 지부상소 하였습니다. 최익현(崔益鉉, 1833 ~ 1906, 조선말 정치인이며 독립운동가)은 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을 펼치며, 조약을 강요한 일본사신 구로다 기요타카(黑田淸隆, 1840 ~ 1900, 일본 정치가)의 목을 베라고 지부상소 하였습니다. 물론, 세분 모두 지부상소만 한 것이 아니지요. 나라의 정기를 바로 세우려 수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잘못된 것을 방관하는 것도 커다란 죄악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4.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5. <인사>대전시
  1.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2.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3.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대전시, 반려동물산업 육성에 힘쏟는다

헤드라인 뉴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27일 오전 우주로 날아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2시 40분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배 부총리는 "누리호 4차가 성공했다"며 "오전 1시 13분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발사된 누리호가 고도 601.3㎞ 궤도 속도 7.56㎞/s, 경사각 97.75도로 태양 동기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며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 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고 남극 세종기..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