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 강-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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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강- 허수경

  • 승인 2019-07-16 10:2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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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허수경





강은 꿈이었다

너무 먼 저편



탯줄은 강에 띄워 보내고

간간이 강풍에 진저리치며

나는 자랐다



내가 자라 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

강 저편보다 더 먼 나를

건너온 쪽에 남겨두었다



어는 하구 모래톱에 묻힌 나의

배냇기억처럼







시인 허수경은 고향이 낯설다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났다. 시인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낯선 독일에서 그는 모국어에 집착했다. 독일어와 한국어. 시인에게 모국어는 어떤 존재일까. 고향을 잃은 자만이 고향은 존재하는 것. 온전히 고향을 간직하고 사유하기 위해 시인은 강을 건넜다. 시간을 인식케 하는 것은 강이다. 세월이 흐르듯 강물을 유유히 흐른다. 가냘픈 나뭇잎이 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리 듯, 강은 그렇게 흐른다.

아주 어릴 적, 밀이 익어갈 무렵 강가에 갔었다. 고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여 달리고 또 달렸다. 밀밭 사이 고부라진 길을 돌고 돌아 강에 닿았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갈가마귀가 나풀거렸다. 까악 까악. 강 가 모래톱에서 또 달렸다. 남쪽으로 흐르는 강물과 함께 달리고 달렸다. 고향을 떠난 후 비로소 나에게 고향이 존재했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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