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살이-김재석 작가] 단풍나무

  • 정치/행정
  • 충남/내포

[詩골살이-김재석 작가] 단풍나무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며 시

  • 승인 2019-12-08 22:05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재석 작가
김재석 작가
[ 詩골살이-김재석 작가]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며 시

단풍나무



중도일보 11월5일자 11면 [한성일이 만난 사람] 지면에 소개됐던 김재석 귀농작가의 시골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며 시인 '詩골살이' 첫 편은 옥천 수생식물원을 다녀온 뒤 11월27일자 중도일보 인터넷신문에 게재한 '천상의 정원을 거닐며'였다. 이어 두 번 째 작품 '단풍나무'를 게재한다.

김재석 귀농작가는 중도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제3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1억 원 고료 당선작 장편 판타지 소설 <풀잎의 제국> 저자이자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 장편 범죄 스릴러 소설 <식스코드> 작가이다. 67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 작가는 일본공학원 방송미디어학과를 졸업했고 동아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부산경상대학교 방송영상영화과 교수와 경성대학교 디지털콘텐츠 제작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일본 Sony 방송장비 전문 설비, 교육업체 '루트앤 루트' 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순창으로 귀농해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서 귀농귀촌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귀농인들을 돕고 재능기부하면서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석 작가는 2007년 제1회 해양문학상 <바다로 간 거북, 토리> 동화 당선, 2009년 청소년장편소설 <마린걸> 청어람주니어 펴냄, 2009년 한국안데르센아동문학상 <별박이 왕눈잠자리의 하늘여행> 금상 수상,2011년 제3회 1억고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장편소설 <풀잎의 제국> 문학수첩 펴냄, 2013년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장편소설 <식스코드> 낙산재 펴냄,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 ,2019년 브런치(다음) 연재 장편소설 <리야드 연가(戀歌)> 부크크 펴냄, 2019년 출간 예정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본선 진출작 <로봇개 스카이> 장편동화를 집필 중이다.





Nov 13. 2019

temp_1575801151800.978868875
제 2화. 단풍나무



전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은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순창군은 강천산을 군립공원으로 지정하고, 20년 가까이 가꾸어왔다. 계곡물이 흐르는 산책로를 따라 애기단풍나무를 심었고, 이제는 그 나무들이 성장해 크기, 모양, 주변 자연과의 조화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추었다. 가을이면 가히 절세미인임을 뽐낸다. 산책길을 걷고 있으면 붉고 노란 단풍잎에 감탄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불타오르듯 죽음을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temp_1575801151805.978868875
나는 젊은 날,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일본인들은 유독 벚꽃을 좋아한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한국의 단풍놀이처럼 하나미(花見)라고 부르는 벚꽃놀이를 즐긴다. 벚꽃나무는 4월 한철 하얀 꽃이 피었다가 짧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꽃잎이 진다. 당시 나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벚꽃을 즈려밟으며 꽃길을 걸었었다. 낙하하는 벚꽃의 마무리를 생각했다.

'짧고 굵게,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temp_1575801151848.978868875
벚꽃은 명령에 복종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본인의 할복문화와 이미지가 겹쳐있다.

벚꽃은 어쩌면 생은 짧고, 아름다움도 한순간이며 죽음이란 의미를 잃는 것이라고 일깨워주었다.

한국인은 정말 단풍놀이를 좋아한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중순이면 단풍나들이로 전국이 들썩들썩 거린다. 따지고 보면 잎이 그 생명을 다하고 떨어지려는 찰나인데 왜 이리 난리가 나는 걸까? 나는 한국인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끝장을 보는 거야!' 하는 기죽지 않는 심성이 있지 않나 싶다. 단풍처럼 마지막까지 온 몸을 활활 태우며 지고 싶은 지도 모른다. 한국에는 사약문화가 있다. 임금의 지엄한 명 앞에 사약을 받아든 선비들, 그들이 겪었던 생의 지난함과 굴하지 않았던 선비정신을 떠올려 본다. 그 독약을 들이키며 온 몸이 불타올랐을 것이다. 단풍처럼….

나는 애기단풍잎이 무성하게 그늘져, 단풍잎 그림자가 쫙 갈린 강천산 산책로를 걷고 있다. 그림자는 단풍의 아름다운 색을 담고 있지 않다. 단지 검은 그림자일 뿐이다. 사실 우리 삶의 본질적인 빛깔도 검은 빛에 가까울 것이다. 어둠이 이불을 덮어주면 만물은 빛을 잠재운다. 낮 동안 찬란하게 빛났던 단풍잎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낮이 더 찬란했던 이유도 죽음이란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때 싱싱한 초록잎사귀를 자랑하던 나무를 떠올렸다. 나뭇잎은 초록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여름철, 산을 온통 초록으로 두른 일치단결된 단색 열풍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초록은 위장색이고 연막탄과 같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엽록소를 만드는 잎에서 초록은 단지 흡수가 되지 않는 색일 뿐이다. 반사된 색을 우리는 본다. 그들은 같이 살아가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할까봐 붉고 노란 정열의 마음을 흡수하여 감춘다.

늦가을이 되면 잎은 곡기를 끊고, 자신을 떨어뜨릴 준비를 한다. 초록을 반사했던 엽록소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제야, 거부했지만 그 때문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다주었던 초록을 잎은 받아들인다. 대신 붉고 노란, 각자가 지닌 정열의 색을 토해내며 생명을 다 태워버릴 듯이 타오른다.

한 때 화양연화와 같이 품었던 그 정열의 마음은 다시 태어날 잎의 자양분이 될 터이다. 돌이켜 보면 초록은 하나임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화려한 단풍으로 지면서야 깨달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하나이며 조화와 평화를 사랑했다는 것을….

temp_1575801151811.978868875


단풍나무



by 김재석



그대와 내가 뿌리에서 길어 올린 수액을 나누며

그리움의 시간이 쌓여간다면

나는 수석을 닮은 단풍나무를 가지고 있는 거야

오랜 풍화작용이 그대의

모난 껍질을 깎아내 매끈매끈한 피부를 주었기에

너를 만지는 내 손 안으로 떨림이…, 사랑의 삼투압이 일어나는 거야

그대와 나의 물물교환 같은 일인데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근을 재는 거야

상상해 봐, 이 단풍나무의 시간을….

우리가 품었던 붉고 노란 정열의 잎사귀를

또 그 마음을 숨기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초록으로 물들였는지를

그대와 나 나란히 단풍나무가 되는 거야.

품었던 잎사귀의 색깔은 서로 달랐지만

우리는 하나였음을, 조화와 평화를 사랑했음을



기억하는 거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산업단지 조성 전략 수정할까
  2.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3. [주말사건사고] 폭염 여파 정전에 대전·충남 곳곳서 화재 발생
  4. 대전에 없는 '대전지방중수청'… 출범 전부터 청사 논란
  5. 충남대·공주대 통합 첫단추…14일 단일안 윤곽 나오나
  1. 李정부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발표 코앞…충청권 들러리 되나
  2.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3.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충청권 35도 안팎 무더위 이어져
  4. 표류하는 제2중경 유치전… 박수현호 정치력 시험대
  5.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①지천댐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 해법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계 정책이 중대 변곡점에 섰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민선 8기에서 추진해 온 문화예술 시설사업 대부분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시설사업 중심이던 민선 8기 문화예술 공약이 대대적인 손질을 앞둔 가운데 새 시정의 무게중심은 하드웨어 정책에서 시민 문화 향유와 지역 예술인 지원 등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문화예술 분야 주요 시설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시정이 출범하자마자 시 재정 부담이 최대 현안으로 떠..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대전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넘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하락 속도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부의 유류가격 인하 조치로 가격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해 추가 하락 기대감은 다소 약해지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57.7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평균 1999원 안팎과 비교하면 140원 이상 낮아졌다. 다만 최근에는 하락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가격 조정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와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2027년 예산안이야말로 편성 단계부터 오롯이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그려내는 예산"이라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담대한 꿈을 뒷받침하는 그런 방안들을 내년도 예산안에 잘 챙겨 담아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운영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우선 대규모의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