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응원의 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응원의 힘

  • 승인 2020-05-20 18:16
  • 수정 2021-05-02 02:46
  • 신문게재 2020-05-21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KakaoTalk_20200519_160803163
금상진 기자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의 홈 개막전이 있었던 지난 17일, 경기가 종료된 직후 양 팀 감독들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기자실은 한바탕 폭소가 이어졌다. 기사 마감으로 긴장감이 흘렀던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당일 경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1부 리그 FC서울의 홈경기에 대한 소식이었다.

내용은 즉 FC서울의 홈구장 응원석에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하기 위해 세워놓은 마네킹이 성인용 마네킹(리얼돌)이라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대전 경기와 거의 같은 시간에 펼쳐진 경기라 해당 사건은 기사화되기 전 기자들의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생전 처음 접하는 소식에 기자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실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취재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기자들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FC서울의 리얼돌 해프닝에서 보듯 스포츠에서 관중과 응원이 차지하는 부분은 분명 적지 않다. 관중들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한 경기장과 관중들이 수십 명의 관중이 듬성듬성 앉아 있는 경기장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프로 의식을 가진 선수라면 관중들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과거 기자가 가졌던 생각이었지만 수년 간 선수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경험해본 결과 응원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대전으로 이적한 한 선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만 명 이상 운집한 경기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뛰고 싶어 이적을 결심했다는 말을 했었다. 농담이 아닌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다.

관중들의 응원이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 이른바 '홈어드벤티지'를 연구한 논문도 발표된 바 있지만, 굳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더라도 응원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스포츠 마니아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힘은 붉은 옷으로 경기장과 광장을 물들인 붉은 악마들의 함성은 선수들에 대한 독려는 물론 상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 15일 열린 한화이글스의 홈 개막전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경기 전 흥을 돋우는 대부분 이벤트가 취소됐고 관중들로 들어차야 할 경기장엔 빈자리를 가리기 위한 대형 현수막과 통천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야구장의 꽃이라 불리는 치어리더는 비어있는 좌석 앞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팬들의 동요가 없는 치어리딩은 마치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는 무사의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무관중 경기는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구단들이 노력이 여러모로 진행되고 있지만 수천 명의 관중이 품어내는 열기를 대신할 순 없다. 프로스포츠는 팬심(心)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가 팬과 선수들이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한 경기장의 풍경을 하루빨리 다시 보기를 희망해 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례없는 늑대 포획 계획에 커지는 수색방식 논란
  2. 민주당 세종시의원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 확정
  3. 이춘희→조상호 향해 "헛공약·네거티브 전략" 일침
  4. 지역 학원가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운영 방식 항의서한
  5. 김도경 초대회장 “회원들의 든든한 울타리, 대전경제 새역사 쓰겠다”
  1. 취업 후에도 학자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들…미상환 체납액 역대 최대
  2.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피엑스프리메드'에 1억 원 시드 투자
  3. 양승조·용혜인, '산업혁신·기본사회·민주분권' 결합한 정책협약 체결
  4. [사설] 행정수도 특별법 '법안소위' 이제 끝내야
  5. [지선 D-50] 與 대전시장 경선 허태정 승리…이장우와 4년만의 리턴매치

헤드라인 뉴스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2029년 '서울 청와대→세종 집무실' 대통령 시대 요원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청와대 이전' 움직임이 이재명 새 정부에서 어떻게 완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시대를 준비했으나 좌절됐고, 윤석열 전 정부는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얼룩진 역사만 남겼다. 이재명 새 정부는 올 초 도로 청와대로 컴백한 만큼, 2030년 임기까지 판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의 지방 이전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의 14일 긴급 브리핑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 비닐봉지 가격 인상·발주량 제한에 편의점주들 '예의주시'

편의점 업계가 매장에서 쓰는 비닐봉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으로 비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조치인데, 편의점주 등은 고정 지출이 커지진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1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점주에게 제공하는 비닐봉지는 50매 묶음으로 총 네 종류다. 검정 비닐봉지 큰 사이즈는 77원에서 106원으로 37.7% 인상했으며 작은 사이즈는 57원에서 78원으로..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학교에서 또… 계룡 교사피습에 도교육청 예방 체계 미흡 지적

충남 계룡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현장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어 충남교육청의 시스템 구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충남 학생인권조례도 교사 신변보호에 제약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전 8시 40분께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상담을 하던 학생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교사에게 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중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대전시 선관위, 지방선거 50여일 앞두고 투표참여 캠페인

  •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 초여름 날씨에 등장한 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