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 이기는 여행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코로나 이기는 여행

  • 승인 2020-06-09 18:26
  • 수정 2021-05-13 12:20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야호~ 야호~" 두 손을 입 앞에 모으고 힘껏 외친다.

이곳은 해발 1172m의 지리산 정령치 휴게소 위쪽의 잘 다듬어진 등산로다. 방해물 하나 없이 눈 앞에 펼쳐진 확 트인 전경은 황홀함 그 자체다. 명산 중 명산인 지리산과는 첫 만남이기 때문에 즐거움이 더했다. 동쪽으로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봉우리들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성삼재와 왕시루봉이, 북서쪽으로는 남원시 조망이 시원스럽다. 찬란한 햇빛의 조명은 없었지만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눈부심 없이 깨끗한 시계로 봉우리들이 더 선명해 운치가 더하다. 메아리를 부르는 풍경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등산복에 보기에도 튼실한 등산화, 양손에는 등산지팡이까지 갖춘 일행 5명이 나를 흘끔 쳐다보면 스쳐 간다. 출근길에 어울리는 정장 바지에 단화를 신은 모습이 지리산과는 부조화처럼 보였나 보다. 괜스레 멋쩍어 슬그머니 두 손을 내리며 "경치 진짜 죽이네"라며 무안함을 달랜다.

원래는 구례 쪽에서 화엄사와 신원사를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성삼재 휴게소를 찾았다. 활짝 연 창문을 통해 들이마셔 지는 산의 공기는 마음마저 시원스레 정화한다. 도심지의 공기와는 질이 다르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도착한 성삼재 휴게소는 건물 공사로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기대했던 지리산의 민낯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없어 좌절했다. 춘향과 몽룡이라도 만나고 가자고 남원 쪽으로 길을 잡았다가 도착한 곳이 정령치 휴게소였다. 실망은 기쁨으로 변했고 춘향과 몽룡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지리산 산행, 아니 방문은 처음이다. 여기서 굳이 방문이라고 한 이유는 한 걸음 한 걸음 땀 흘리며 걸어서 오른 것이 아니라 자가용을 운전해서 왔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친구끼리 놀러 다닐 때, 언론사에 입사한 후 취재 등의 이유로 제법 전국을 돌아다녔는데도 지리산이 여정에 포함된 적은 없다. 광고문구처럼 "언젠가 꼭 가보고 말테야"를 되새기던 것을 실행케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인 코로나는 세상을 뒤집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소독제는 필수품이 됐다. 학교에 가는 것도, 영화관, 맛집,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도 조심하고 꺼려지는 세상이다. 타인과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자동차 안전거리처럼 사람 간에도 2m라는 벽이 생겼다. 불과 몇 개월 전 당연시 했던 평범한 일상들을 하지 말라고 강요를 받는 세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대나무밭에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두건장이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지리산이 준 힐링을 이어가기 위해 날 좋은 6월의 어느 주말에는 대청호반을 따라 굽이굽이 드라이브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트램 공사로 인한 교통제도 개편
  2. [시리즈]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②
  3. 경찰 압수수색 중 피의자 투신…대전 재개발 전 조합장 사망
  4. 한 발짝 남은 본지정… 대전지역 글로컬 소외 없어야
  5. [오늘과내일] 대전에도 시민이 있어요
  1. 충청권 시도지사, 이 대통령 만나 지역 현안 건의
  2. 충청 정가, 여야 전당대회 결과 따라 정치지형 변화?
  3. 대전 서구, 정림동 붕괴위험지역 위험 수목 제거
  4. [중도초대석] 허정두 국가독성과학연구소장 "변경된 명칭에 부합하는 미래 비전을"
  5. 李정부 국정과제에 대전 현안 사업 담길까 촉각

헤드라인 뉴스


태안출신 문양목 애국지사 유해 국내 돌아온다

태안출신 문양목 애국지사 유해 국내 돌아온다

태안 출신이면서 미주 항일운동에 헌신한 문양목(1869~1940) 애국지사의 유해가 국내로 옮겨져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4일 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크뷰 공동묘지에 안장된 애국지사 문양목 지사의 유해를 8월 13일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장한다. 캘리포니아 주 산호퀸카운티 지방법원의 유해발굴 청원 승인 명령에 따라 배우자와 동시에 국내 봉환 노력에 결실을 맺게 됐다. 문양목 지사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하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 체결로 한국이 사실상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자, 국..

여야 정파 초월, 철강산업 살리는 ‘K-스틸법’ 제정안 공동 발의
여야 정파 초월, 철강산업 살리는 ‘K-스틸법’ 제정안 공동 발의

국회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4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인 일명 ‘K-스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정파를 초월한 여야의 협치가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과 탄소 규제, 보호무역 장벽 등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를 제대로 돌파하는 엔진이 될지 주목된다. 이 법안은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과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경북 포항남구·울릉군)이 4일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 발의에 앞서 국회철강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의..

소상공인 울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악용... 환불부터 주문지연 등 불만 지속
소상공인 울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악용... 환불부터 주문지연 등 불만 지속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불법 현금화 시도와 가게별 대면 결제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며 소비쿠폰 사용 후 현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탓에 주문이 밀리는 등의 고충이 이어진다. 4일 대전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7월 말부터 신청·발급이 시작된 민생소비쿠폰을 두고 이 같은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우선 소비쿠폰으로 결제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불법 현금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