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다문화]한국의 절기 소개-낮이 가장 긴 '하지'

  • 다문화신문
  • 대전

[대전시다문화]한국의 절기 소개-낮이 가장 긴 '하지'

  • 승인 2020-06-17 14:40
  • 신문게재 2020-06-18 9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1년에 4번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봄이 되면 입춘이니 우수, 경칩이라는 이름이 붙은 날도 있고 겨울이 되면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이야기도 한 번쯤은 듣게 된다. 이런 날들을 절기라고 하는데, 한 달에 두 번, 15일 간격으로 1년에 24절기가 있다. 24절기는 4계절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1년 중 가장 춥고 밤이 긴 날을 동지라고 하고 이와 반대로 1년 열두 달 중에서 한 여름의 가장 낮이 긴 날은 하지라고 부른다. 이날에는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가장 높이 떠있기 때문에 일사량도 가장 많다. 하지를 비롯한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정해져서 양력 날짜에 맞춘다. 하지는 대개 6월 21~22일이다. 한국, 중국 등은 북반구에 속하기 때문에 하짓날에 낮이 가장 길지만, 호주, 브라질 같이 남반구에 속한 나라들은 반대로 낮이 가장 짧다. 하지는 태양이 지표면과 수직으로 내리 쬐기 때문에 이날 이후로 기온이 점점 올라가 삼복(복날)에 더위의 절정을 맞게 된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서 모내기를 해야 했는데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는 1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며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강원도지역에서는 파삭한 햇감자를 캐어 쪄먹기도 하고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거나 밥에 넣어 먹기도 했는데, 쌀농사가 많지 않은 탓에 중요 먹거리였던 감자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또 이 시기의 감자가 가장 맛있고 감자에 열을 내려주는 성분이 있어서 더운 여름철에 건강도 지켜주기 때문이다. 감자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열로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고 칼륨도 풍부하다고 하니 한국 사람들이 제철 음식으로 감자를 챙겨 먹은 이유가 있다. 하지에 먹는 감자는 '하지 감자'라고도 하고 '하짓날은 감자환갑이다'라고 해서 하지가 지나면 감자가 알이 작고 감자 싹이 죽기 때문이란다. 오늘날에도 강원도 지역에서는 하지에 감자전이나 감자떡을 해서 먹고 있다. 하짓날에는 감자와 더불어 마늘도 즐겨 먹었다. 이 무렵의 마늘이 연해서 맛도 좋고 장아찌를 담그기에도 적당했기 때문이다. 마늘 속에 있는 알리신 성분은 더운 여름에 입맛을 돋우고 소화 및 혈액의 순환도 원활하게 한다. 옥수수도 하지 음식으로 빼 놓을 수 없다. 옥수수에는 탄수화물, 섬유질, 비타민A과 천연 항산화 물질이 많이 있어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이 옥수수는 하지 무렵이 제철이다. 절기를 두어 계절을 구분하고 농사에 이용할 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한 제철 음식을 절기별로 정해서 건강도 챙긴 한국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중국에도 지역마다 하지에 먹는 전통음식이 많이 있다. 특히 '쫑쯔'라고 하는 하지음식이 유명하다. 쫑쯔는 대추, 고기, 채소, 오리알, 땅콩과 찹쌀 등 영양소가 풍부한 재료를 10시간이상 삶아서 하지에 먹는데 이는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이다. 또 평소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도 이 날에는 쓴 오이나 고수 같은 담백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 중국 사람들은 하지에 머리를 깎지 않는 풍습도 있다. 하지에 머리를 깎으면 좋은 기운이 떨어져 나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뿐 아니라, 중국 등 절기를 따라 생활했던 옛 사람들은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에 건강과 체력을 위해 음식과 풍습 등을 지켰다. 현대인들도 성큼 다가온 무더위를 하지 음식으로 이겨내 보면 좋을 것 같다.





심아정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