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계절을 맞이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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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계절을 맞이하는 즐거움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장

  • 승인 2021-02-17 16:26
  • 신문게재 2021-02-18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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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장
가끔 피아노 연주곡을 듣노라면 연주자의 열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아름다운 선율을 풀어내기 위해 건반 위에서 얼마나 온 몸을 굴리고 일으켜 세웠으면 그 아름다운 선율을 풀어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피아니스트 독주회에 가보면 악보도 없는 피아노 앞에 앉아 온몸으로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에 온 몸을 얹고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한 곡이 몸에 배이게 하기 위해서 수 없는 시간을 연주하여 온 몸에 음악의 서정을 몸에 담았을 것이다.

악기 연주를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처음 연주를 시도할 때는 들을 수 없는 소음이 난다. 수없는 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악보 속에 숨어있는 음악을 살려낼 수 있는 것이다. 악기보다 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란 상대하는 사람마다 관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처음 대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여 대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가족이며 친구이며 직장 동료들이다. 연주자가 되어 부모를 대하고 형제를 대하고 자식을 대해야 한다. 과잉된 사랑과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처음 본 사람처럼 경외하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한다.



사람은 미완성 작품이며 불확실한 존재이다. 늘 선한 존재도 아니고 늘 악한 존재도 아니다.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로 상황과 상대에 따라 언제든지 즉각 변할 수 있는 불확실한 존재이다. 남을 볼 필요가 없다. 내가 나 스스로를 보아도 조석변개하는 나 아닌가. 내가 나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하물며 개체가 다른 남이 나를 알 수 있을까? 부모라는 이름으로 나를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으며, 형제라는 이유로 나에게 관대해서도 안 되고, 내 자식이므로 나를 따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가 가장 어려운 관계인 것이다.

세상 만물이 아름다운 존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자. 꽃을 아름답게 보듯 시든 꽃을 아름답게 보자. 거기에는 새 생명의 씨앗이 숨 쉬고 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돌도 길을 지키는 주인이다. 푸른 하늘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며 흰 구름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가 되고, 개울 물소리가 봄노래를 불러주고 있지 않은가? 자연의 모든 존재들이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슬플 때는 함께 슬퍼해주는 친구가 된다. 창밖에 말없이 서 있는 나무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믿음직한 친구 아닌가? 어두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추운 겨울 다음에 봄이 오듯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오는 계절이 거룩한 나의 스승이다. 해마다 봄은 오지만 해마다 다른 깨달음을 주는 계절의 언어가 있어 사람들은 모두 시인이 된다.



누가 내 앞에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같은 대상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존재하느냐가 중요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의 친구이며 나의 스승이다. 친구의 마음을 노래하고 스승의 말씀을 알아듣고 받아쓴 것이 일기가 되고 시가 되는 삶으로 계절을 순례하는 순례자가 되고 싶다.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으로 건반 위에서 춤을 추듯 하늘과 땅 사이 존재하는 자연과 눈 마주할 때 탄생하는 언어를 재잘거리며 숨을 쉬고, 멀리 가지 않아도 찾아와 나를 감싸는 계절을 맞이하는 즐거움으로 앞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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