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내 사랑 목척교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내 사랑 목척교

  • 승인 2021-07-08 13:3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급기야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발전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언젠가 모 언론에서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외교관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를 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중남미 공관에서 일하던 30대 외교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가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고립된 상태가 길어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혼자 일하는 '1인 공관' 등 소규모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경우 고립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엔 중국의 한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이 모 씨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이 씨는 2017년 진단서까지 제출했지만 규정에 따라 해외 공관으로 가야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이 씨는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고, 우울증은 악화됐다니 안타깝지 그지없었다. 이러한 뉴스에서 새삼 코로나 19와 우울증의 어떤 불편한 동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 현상은 비단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심각성을 내재하고 있다. 저잣거리의 장삼이사도 여기서 탈출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을 찾으면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시나브로 누적된 코로나 블루와 피로감까지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신천지(新天地)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注: 이는 필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동원일 뿐 일부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

그곳은 바로 대전의 관문이랄 수 있는 목척교 주변이다. 목척교 아래로 내려가면 대전천의 맑은 물이 콸콸 흐르면서 무더위까지 일순 시원한 바람으로 말려준다. 주변에 지천으로 핀 각양각색의 꽃들은 일상에서 찌든 심신을 힐링으로 바꿔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 조화가 푸른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마음마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군집(群集)하고 있는 비둘기들은 이곳의 터줏대감답게 사람이 다가가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목척교의 또 다른 압권은 징검다리와 분수다.

징검다리를 잘못 건너면 가파른 여울목에 풍덩 빠진다. 국내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다시금 1,0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에서 평소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음이 징검다리의 교훈으로 다가왔다.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시원한 분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매력덩어리다. 목척교 주변으론 과거 목척교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와 비교할 수 있기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또한 목척교를 벗어나 대전역 방향으로는 '4.19 혁명 진원지' 표시석(標示石)과 만난다. 여기서 우리는 대전이 민주화의 위대한 도시임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이 저하되었다.

여기에 필자의 경우에 있어선 '빈 둥지 증후군'까지 가세하여 심란하기 짝이 없다. 이는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을 뜻한다. 집안의 행사나 심지어 어버이날에도 사랑하는 자녀와 손주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코로나 극복 의지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목척교를 한 시간 산책했을 뿐인데 코로나 블루는 어느새 증발하고 마음속엔 긍정의 꽃들이 만발했다. 그야말로 '내 사랑 목척교'였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