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임병안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5-08-26 17:50
  • 신문게재 2025-08-2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사진
임병안 사회과학부 기자
지난 7월 9일 금산군 제원면 출렁다리가 있는 금강에서 20대 중학교 동창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식을 접한 지역사회는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렇게 위험한 곳에 경고를 무시하고 왜 물놀이를 한 것이지?라는 두 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돌이켜보면, 인명피해 큰 사고이었음에도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언론이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그 원인에는 현장에 위험을 경고하는 여러 신호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대중의 인식이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은 이러한 위험 신호와 경고를 무시하거나 무릅쓰고 물놀이를 감행했던 것일까? 반대로 언론 보도에서 본 것을 그들은 사실 볼 수 없거나 너무 멀리 있어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생각해보았을까?

기자는 전날 저녁 사고가 발생하고 다음날 점심시간이 가까운 때에 현장에 도착해 사고장소를 바라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메라를 챙겨 우선 하천으로 향했다. 구조당국으로부터 확보한 사고 주소는 기러기공원의 주차장을 가르켰고, 하천 안에서 어느 지점에서 사고났는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우선 사진촬영부터 시작해 맑은 하천에 물이 얕게 흐르고 저 뒷편에 무엇인가 써있는 현수막이 있는 다소 밋밋해보이는 장면이 카메라 앵글에 담겼다. 장소를 옮겨 조금더 하류로 내려가니 '수영금지'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는 현장이 나왔고 이번에는 그 현수막과 하천을 한 앵글에 담아서 사진을 촬영했다. 또 구명환이 담긴 구명상자와 하천을 한 프레임에 담아 위험한 장소임을 표현하는 사진을 추가로 촬용했다. 4명이 사망한 현장을 설명하기에는 후자의 사진들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는 주변 탐문을 시작했다.

앞서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하천으로 걸어갈 때 저쪽에 흰색 천막이 보였으나 주변 식당가에서 내놓은 평상이 있을 것으로 막연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을 탐문하면서 천막에 다가가서야 그곳에 안전요원이 평소에 상주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 해수욕장처럼 화려하고 눈에 쉽게 뛸 수 있게 왜 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속으로만 했다. 안전관리요원이 30m 간격을 두고 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피해자들이 무릎 높이도 되지 않는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다소 이해되지 않은 설명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안전관리자를 만나서야 사고장소가 '수영금지' 대형현수막 내걸린 위치와 다소 떨어진 하천의 중간쯤 위치라는 것을 알았다. 이때는 이미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온라인에 속속 올라오는 시점이었는데 사진 대부분 '수영금지' 대형현수막을 강조하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피해자들은 주차장에서 하천으로 곧장 향하는 동안 '수영금지' 대형 현수막을 못 보았거나, 보았더라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내 발밑에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여기지 않았을 수 있는데, 보도는 그들이 마치 그러한 경고를 눈앞에 두고도 수영한 것처럼 여겨지도록 하는게 정당한 것일까. 그들도 안전관리자가 상주하는 천막을 식당에서 설치한 것으로 여겨 평온한 상태로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 급기야 그날 오후에는 안전관리자가 물놀이 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구두로 경고했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까지 보태졌다. 누구도 그들에게 안전을 경고하거나 당부한 이들이 없었다는 게 지금까지 경차찰의 수사 결과다.



초기 보도가 '수영금지' 대형 현수막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관리자의 구두경고가 있었다는 사실에 맞지 않는 부분에서 이뤄지다보니 현장의 안전문제는 다루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보냈다는 반성을 안 할 수 없다.
임병안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마사회, 미리보는 챔피언 결정 ‘대통령배·그랑프리’ 빅매치
  2. 고양시 일산서구, 2025년 교통유발부담금 40억 원 부과
  3. 자전거로 '세종 국회·대통령실' 부지 찍고 경품 타자
  4. 걷거나 달리거나 '국회·대통령실' 한바퀴...상품은 덤
  5. 항우연 노조, 이상철 원장 사퇴 촉구 "무능과 불성실"… 항우연 입장은?
  1. 경부고속도 '상서 하이패스IC' 10월 내 개통된다
  2. 18일 나성동 차 없는 거리 '환경교육한마당' GO...경품도 풍성
  3. 아산시 곡교천, 백일홍·코스모스 등 가을꽃 만개
  4.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스무 살에 금융기관 취업한 비결은?
  5. 5개월 앞둔 통합돌봄, 새틀짜기 논의 활발 "기관 협의체 만들고 직역 협력모델을"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첫 국정감사… 충청 현안 골든타임 돌입

李정부 첫 국정감사… 충청 현안 골든타임 돌입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13일 막이 오르는 가운데 산적한 충청 현안 관철을 위한 골든 타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대전 충남 행정통합 및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560만 충청인 염원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동력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국감 증인대에 서는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뿐만 아니라 충청 여야 28명 의원의 초당적인 협력과 이슈파이팅이 시급해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감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앞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내란청산, 국민의힘의 이재명 정..

여야, 내년 지방선거 `공천룰` 준비… 충청 정치권 촉각
여야, 내년 지방선거 '공천룰' 준비… 충청 정치권 촉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선에 나설 후보 자격 심사 규정 준비부터 컷오프(공천 배제)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 적용 여부 등 공천룰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일찍이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린 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후보 자격 심사 규정을 정비 중인데, 인위적인 컷오프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8·2 전당대회 과정에서 억울한 공천 배제를 막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애초 범죄 경력자 등 부..

`빵의 도시 대전` 제과점 수 확장... 최근 5년 새 125곳 늘었다
'빵의 도시 대전' 제과점 수 확장... 최근 5년 새 125곳 늘었다

대전 제과점이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전 대표 제과점인 성심당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빵의 도시로 급부상한 데 따른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국세통계포털 사업자현황에 따르면 8월 기준 대전의 제과점 수는 663곳으로, 1년 전(632곳)보다 31곳 늘어났다. 대전 제과점 수는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8월 538곳에서 2021년 8월 594곳, 2022년 8월 637곳, 2023년 8월 642곳, 2024년 8월 632곳으로 매년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늘고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