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허수아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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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허수아비는 필요 없다

사람의 눈이 둘인 것은

  • 승인 2021-08-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프간의 수도 카불이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해 함락됐다. 위기에 처하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국외로 도피했다. 그는 조국을 탈출할 당시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대사관 대변인은 "정부가 붕괴할 즈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가 망해 '가니', 저 혼자만 잘 살자고 외국으로 '가니'가 된 셈이다. 자국민들은 지옥(地獄)이란 크레바스(crevasse)에 함몰되고 있는데 자신만 살자고 국외로 달아난 전형적 비겁한 지도자였다.

여기서 임진왜란 당시 백성과 도성을 버리고 달아난 임금 선조가 오버랩 되었다. 아프간과 한국(조선)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예부터 주변 국가들의 침탈이 잦았다.



이런 국가일수록 평소 자강부국(自强富國)의 실력을 연마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란과 당파싸움 등으로 오히려 분란을 자초했다. 상식이겠지만 정복자는 피정복 국민들에게 학살과 폭력을 당연시한다.

아프간이 함락되면서 누구보다 여성들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여성 교육 금지, 취업 활동 제한, 부르카(눈을 망사로 덮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복장) 착용 강제 등 극단적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며 여성 인권을 사실상 박탈했다.

이러한 지난 흑역사(黑歷史)를 알기에 지금 아프간은 부르카 값이 평소보다 15배나 치솟았음에도 구입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탈레반이 더욱 세를 확장하자 불안에 떨던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돈을 챙겨 튀었다.

반면 여성 교육부 장관인 랑기나 하미디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 존경을 받았다. 1945년 4월 30일, 2차 세계 대전이 독일의 패망으로 확실시되자 히틀러는 자살했다. 히틀러는 연합군에 의해 체포되는 자신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생존보다 명예를 선택한 히틀러는 자살 즉시 부하들이 그의 시신을 소각하여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조치했다고 한다. 아프간이 다시금 탈레반에 접수되면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정책도 우리들로선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1947년 작성된 미국 합동참모회의 비망록을 보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등장한다. 이에 따르면 1. 유럽, 2. 중동, 3. 북서 아프리카, 4. 라틴 아메리카, 4. 극동, 즉 동아시아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가로 나열한 국가들을 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 1. 영국 2. 프랑스 3. 독일 4. 벨기에 5. 네덜란드 6. 오스트리아 7. 이탈리아 8. 캐나다 9. 터키 10. 그리스 11. 라틴아메리카 12. 스페인 13. 일본 14. 중국 15. 한국 16. 필리핀 =

그러니까 16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고작 15위다. 지금은 순위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과연 어찌 보고 있느냐일 것이다.

조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철군을 결정하면서 꺼낸 카드인, 그동안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2조 2,6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전비는 20년간 매일 3억 달러(약 3500억 원)씩 낭비한 격이라는 나름 이유 있는 핑계까지 주목하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중동전에 개입하면서 간과한 중국의 경제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 이로 말미암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의 확대 등을 지적함을 간과하면 안 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아프간의 아비규환 사태는 지도자는 달아나고 정부군, 즉 군인은 적과 싸우려 하지 않는 국가는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에서 기인했음을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

사람의 눈이 둘인 것은 사물을 똑바로 보라고 만들어졌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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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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