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기회주의자가 많으면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기회주의자가 많으면

민족적 자존심까지 팔아서야

  • 승인 2021-09-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6·25 전쟁의 후과(後果)는 피아간 전투원만 300만 명의 인명손실을 낸 최악의 참극이었다. 일본이 미국에 패하면서 한국에서 철수하자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의 스탈린을 꼬드겨 적화통일을 획책한다.

자칫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노회한 스탈린은 중공의 마오쩌둥을 끌어들였다. 한국전에 뛰어든 중국 공산군은 인해전술로 전선을 교란했다.

따라서 중공이 개입만 안 했더라도 대한민국은 지금 압록강까지 국토를 확장했을 것이었다. 영화물등급위원회가 중국 영화 '1953 금강대전투'의 국내 비디오 유통을 허용하여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그럼 왜 이런 사달이 빚어진 것일까. 이 영화의 배경인 금성전투는 1953년 6~7월 정전 직전 강원 화천·철원 일대 영토를 놓고 한국군·유엔군 10만 명, 북한군·중공군 24만 명이 격돌한 6·25 최후의 대접전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국내 유통 소식이 알려지자, 재향군인회 등에서 "이런 영화가 어떻게 한국에서 상영될 수 있느냐""는 참전용사·유족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함의(含意)였다.

금성전투 당시 우리 국군의 전사자와 부상, 실종자까지 합하면 무려 1만 4000여 명의 인적 피해, 그러니까 말 그대로 피로 물들었던 비극을 중국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를 어찌 허용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사대주의(事大主義) 정부라지만 그에 종속하여 바람 앞에 풀처럼 눕는 영화물등급위원회의 기회주의적 행태는 심한 표현으로 간신이라고 보였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는 부동의 한국 영웅이다. 하지만 만약 이토 히로부미를 찬양하는 내용의 영화를 국내에서 상영 내지 비디오 유통을 허용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영화물등급위원회의 상위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부터 파면시키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영화는 논픽션보다 픽션이 많다. 흥미를 유발시켜 흥행과 연결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線)을 넘어선 안 된다. '선'이란 비단 영화에 국한하지 않는다. 부부간에도, 부자간에도 일정한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불화와 반목이 시작된다.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1953 금성대전투' 국내 상영을 기획했던 수입사가 부담을 느끼곤 이를 전격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했던 위즈덤필름 대표는 사과문을 내고 "국민분들께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해당 영화의 해외 저작권자와 판권 계약을 파기하였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도 국외 비디오 등급심의가 취하됐다"라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였긴 하되 수입하려고 했던 애초 취지를 살펴보면 여전히 화가 나는 걸 제어하기 어렵다.

아무리 돈이 좋기로 민족적 자존심까지 팔아서야 되겠는가? 한 마디로 위즈덤필름은 국민감정의 선을 넘었다는 주장이다. 앞 뒤 맥락도 재지 않고 중국 영화 '1953 금강대전투'의 국내 비디오 유통을 덜컥 허용한 바 있는 영화물등급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현 정부에 잘 보이려는 간신과 같다고 위에서 비판하였다.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는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이른다. 기회주의자와 간신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가수 나훈아가 한 마디 거든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2021051301000775300030521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