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한복의 재발견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한복의 재발견

맞지 않는 법은 바꿔야

  • 승인 2021-09-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예부터 설날과 추석이 되면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우선 멋있다. 또한 '있어 보인다'.

한복은 한국인의 체형을 깊이 고려한 복장이다. 한복은 키가 작고 하체가 큰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몸매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여자 복식(服飾)의 저고리나 치마 형태는 특히 한국인의 체형을 좀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저고리와 치마의 비율을 보자면 짧은 하체를 가진 여자의 체형을 상대적으로 길어 보이게 해 주었다.

따라서 단신의 여성이 한복을 입으면 단숨에 키까지 커 보인다. 물론 일시적 착시현상이긴 하지만 이런 맛에 명절만이라도 우린 한복을 입었다. 한복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자녀의 결혼식과 부모님의 장수를 축하하는 연회다.



정성으로 키운 내 아들과 딸이 결혼하는 것처럼 즐거운 날이 또 없다. 이런 날엔 응당 한복을 입어야 한다. 나를 먹이고 입히며 가르쳐주신 부모님의 환갑이나 칠순 잔치에도 한복을 안 입으면 실정법 위반이다.

한복은 여러 가지 염색을 통하여 원색의 미를 잘 살려왔다는 장점까지 있다. 평상시엔 흰색 일색이던 한복도 의례 복식이나 혼례식 등 명절이나 경사에 들어가는 복식에는 채색이 있는 한복을 사용하여 그 격에 알맞은 분위기와 정서를 표현했다.

더욱이 어린 아이들의 색동저고리 복식은 상대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었다. 앞으로 활달하게 미래의 동량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라는 의미를 담았던 것이다.

세월이 바뀌어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을 하자면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하지만 예식을 마친 뒤엔 하객들이 식사하는 공간에 신랑과 신부가 나타나 한복을 입고 인사를 한다. 참 곱고 아름답다.

그런데 코로나 19의 장기화 탓에 결혼 철을 앞둔 가을 대목임에도 한복 상가는 한산한 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외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한복 대여업체에서도 손님들 발길이 크게 줄었다는 게 중평이다.

다른 건 몰라도 코로나 19의 가장 큰 영향과 타격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결혼식장에서의 입장 가능 하객 수이다. 입장이 가능한 인원은 최대 99명이지만 그마저도 음식 제공이 없는 경우로 한정된다.

음식을 제공할 시 입장 가능 인원은 49명으로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결혼식에 300명의 하객이 왔는데 49명에게만 밥을 주고 나머지 251명은 그냥 보내야 한다는 셈법이 통용되는 것이다.

차별도 이런 차별이 또 없다. 코로나 확진자의 수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고육책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먹구구로 일관하는 정부의 방역 대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경우, 결혼은 일생에 딱 한 번만 한다. 그 소중한 결혼식에 자신이 초청한 사람이 올 수 없다는 것처럼 슬프고 우울한 게 또 없다. 그 귀한 딱 한 번의 결혼식을 위해 아리따운 한복을 맞추고 온갖 고운 신부 화장까지 마쳤거늘 현행 코로나 방역지침은 여전히 49명으로 못 박고 있다.

종교시설 대면 활동은 최대 99명, 콘서트는 2,000명까지 허용되는 현행법의 적용과도 크게 어긋나는 불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나는 작년처럼 아이들을 집에 못 오게 했다.

gggg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와 손녀를 오매불망 보고픈 마음은 영상통화로 아쉬움을 달랬다. 고운 한복을 입은 손녀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에 이 글을 썼다. 결론적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은 바꿔야 한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