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임리정(臨履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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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임리정(臨履亭)에서

김명순(대전문인총연합회장)

  • 승인 2021-10-06 15:21
  • 신문게재 2021-10-07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2021020901010006127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장
논산시 강경읍에 있는 임리정(臨履亭)에서 '사계(沙溪) 시문학교실' 강의가 있었다. 수업에 임하기 전에 사계 김장생(金長生: 1548~1631) 선생과 임리정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김장생(金長生)이 1626년(인조 4)에 하향하여 임리정을 짓고 후진을 교육하던 자리이다. 임리정의 어원을 알아보니 논어(論語)의 '如臨深淵(여림 심연)', '如履薄氷(여리 박빙)'이라는 문장의 뜻을 따서 임리정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1613년 계축옥사 이후 관직을 사임하고 연산으로 들어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정자의 이름을 임리정이라 지은 것은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깊은 물 속에 빠져 숨을 쉴 수 없을 지경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잘 맺어가는 것이니 유학을 공부하여 서로 존중하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계는 권위와 명예를 버린 후 시골에 내려와 초가삼간 지어놓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대 심거 울타리로 삼고 솔 갓고니 정자로다/ 백운 더핀 듸 날 인난 줄 제 뉘 알리/ 정반에 학 배회하니 긔 벗인가 하노라/ (대나무 심어 울타리 삼고 소나무를 가꾸니 정자로다/ 흰 구름 덮인 곳에 내가 있는 줄 그 누가 알리오/ 뜰에 학이 배회하니 그가 내 벗이로구나.)



대나무를 울타리로 심고 소나무를 정자 삼아 흰 구름 덮인 속에 산다는 것은 세속을 떠나 소박한 자연 속에 살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고, 뜰 안에 거니는 학을 벗으로 한다는 것은 은일 군자의 생활을 나타낸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유유히 노니는 선인의 생활이 그려진다. 속세의 번잡한 생활에서 벗어나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과 소나무처럼 늘 푸른 기상으로 학처럼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을 닦으며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에 빠져 절대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정치인들도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 자기중심적 과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만인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시대에 '스스로 부끄러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때가 많다. 내뱉는 언어와 행태가 보고 듣는 사람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소통 활동이 활발하다. SNS를 통한 네트워크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얼굴 없는 메시지를 남발하여 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문제는 SNS로부터 소외된 계층의 고독감을 달래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관습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와도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노인은 늙은 자식도 동자처럼 보고 싶고, 손주들 재롱에 주름살이 피워지는 법인데 소외된 환경에서 고독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생활로 삶의 활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자연은 어김없이 계절을 바꿔가고 절기에 따라 산천초목은 하루도 같은 색을 지니고 있지 않다. 얼마 전에 심은 배추가 벌써 잎을 오므리고 속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날마다 제자리에서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변화의 아름다움을 여행하고 있다. 사계절의 변화가 있는 땅에 태어난 것만도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날마다 경전을 읽어주는 계절을 순례하다가 강변에서 얻은 이야기를 손편지로 써서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어 보자. 사람한테 감동하기는 어려워도 자연과 동화되는 즐거움은 누구나 행복한 시간이다. 위정자들도 계절 가는 줄 모르고 동분서주하지 말고 숲길이나 논둑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가을 나무는 매달린 열매에 휘는 허리는 걱정하지 않고 떨어질 열매를 걱정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일이 흰 구름처럼 뭉게뭉게 다가오는 가을 들판에 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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