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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관세사 나지수 |
사실 요소 수출규제에 대해 중국도 할 말은 많다. 요소의 원재료인 암모니아는 수소를 통해 얻어지는데 이 수소는 석탄에서 추출된다. 하지만 중국은 녹색성장 및 탄소 중립을 이유로 석탄의 생산량을 감소시킨 데다가, 호주-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상당량을 차지하던 호주 석탄의 수입이 가로막혔고, 설상가상으로 산서성 대홍수로 중국 내 최대규모 석탄 채굴장이 침수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정부는 요소 등 29개 화학비료 관련 원료 품목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신설하면서 지난달부터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여러 변수가 더 있겠지만 국제 요소 비료 가격의 상승도 여기에 한몫하여 현재 중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요소 수출국들이 수출 금지를 결정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처럼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면 수입국을 다각화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이미 앓았던 경험이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3년짜리 포괄허가가 아닌 건별로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만을 내주도록 한 규제였다.
물론 중국의 경우 자국에서 쓸 석탄조차 없어서 수출하지 못하는 경우였다면, 일본의 경우는 정치·외교적 측면에서의 보복이라고 볼 수 있어 논란이 많았다. 그래도 당시에 우리 정부가 일명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큰 피해 없이 해결될 수 있었다.
위 두 가지 사례 모두 '수출규제'에 해당한다. 수출규제란 수출국 스스로가 특정 상품의 수출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수출규제의 원인은 국내의 특정 상품이 특정 수출시장에 집중되어 국내 업체 간에 과다경쟁이 예상되는 경우, 수입국의 요청 등에 의해 상호 간 협의를 통한 경우, 특정 상품의 수출이 일시에 이루어져 상대국의 수입 규제를 유발하는 경우 등이 있다. 가까운 예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 우리나라가 자국민에게 우선 공급할 목적으로 시행했던 '마스크 등의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대한 수출 제한'도 수출규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수출규제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11조의 '관세·조세·과징금 이외의 어떠한 수출 금지나 제한을 설정·유지해선 안 된다'라는 규정에 위배 된다. 수출규제도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최혜국대우 협정을 위반하는 엄연한 차별적 조처이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WTO에 제소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80% 이상 수입을 한 나라에만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무려 3,941개에 달한다고 한다. 앞으로 제2의 원자재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특정 물품의 수입에 차질이 생겼을 때마다 매번 산업 전반에 걸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수입 물품에 밀려 퇴행하는 산업이 최소한의 자체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무역규제에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제언한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수입처의 다각화나 전략 물품 재고 비축 등의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선량한 우리 기업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응으로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미리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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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