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대전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대전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이가희(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문학박사)

  • 승인 2022-07-07 00:13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782587_0-440646_72878
대전시는 수많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소스의 보물창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전은 타 도시에 비해 독보적인 과학경제 도시를 이루는데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즉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등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대덕연구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5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콘텐츠 자원과 스토리텔링의 소스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딱히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노잼' 도시이기도 하다. 이는 대덕연구단지의 스토리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전국 3대 빵집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제일 먼저 성심당을 뽑는다. 성심당은 대전의 대표 브랜드다. 미국 스타벅스가 시애틀을 커피 도시로 만들었듯이, 성심당은 대전을 빵의 도시로 만들었다. 특히 로마 교황의 방문으로 더 유명해졌고, 대전이 아닌 타 지역엔 프렌차이즈를 내주지 않아 빵을 먹고자 하는 외부 관광객들을 대전으로 여행 오도록 만드는 역할도 했다. 무엇보다도 성심당의 아름다운 기부 스토리는 늘 감동을 더해준다.

대전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 터가 있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 맞서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민중계몽 운동과 언론활동을 전개한 단재 선생은 대전시 중구 어남동 도리미 마을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까지 어린 시절을 대전에서 보냈다.

또 대전시 회덕에 위치한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특히 송요화의 부인 호연재 김씨는 17~18세기 여류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한시 130여 수를 남겼다. 필자도 시인이라 김호연재 스토리에 더욱 애정이 간다. 이렇게 대전에는 예로부터 감성이 넘치는 문화예술인들의 자취가 많아 대전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들게 만든다.

우송 김정우는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연필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나라 최초의 문구회사 동화연필을 대전에 설립했다. 그가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우송학원은 오늘날 우송대학교가 되었다. 이렇게 대전의 곳곳을 찾아보면 수많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스토리의 경제력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올린 매출액은 총 231조원이다. 같은 기간에 만들어진 '해리포터' 영화시리즈는 자그마치 308조원으로 33.%나 많다고 알려진 바 있다. 콘텐츠 하나가 우리나라 반도체 전체보다 무려 77조원이나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가 되고 있다. 그래서 차세대 먹을거리산업으로 '콘텐츠' 분야를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매출도 70조를 넘어섰다. 앞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역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그만큼 우리 문화예술인이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의 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21세기 주도형 영상과 콘텐츠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영상의 모든 것은 문자를 기본으로 창출하는 산업이니만큼 과거 순수학문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웠다면 미래는 실용에 접목시킨 컨버전스를 잘 활용할 때이다. 신한류 열풍과 종편채널, 케이팝과 스마트티비, 웹컨텐츠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문화산업 트렌드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전시는 지역 스토리를 발굴하여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대전에는 25개 정부출연연구소가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와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카이스트도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에서 출원하는 특허만 해도 수만 건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9년 7월 기준 누적 미활용 특허가 4,150건이고, 이 미활용 특허 유지비로만 5년간 64억이 들어갔다고 한다. 2019년 한해 포기한 특허권도 1만 건으로 조사되어 정부출연연 특허의 60%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허 하나하나에도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매년 수만 건의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들이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에서 잠자고 있다. 아마도 대전의 명인과 명소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스토리가 존재할 것이다. 특허기술 하나만 보더라도 발명의 동기부터 연구개발, 특허출원, 상품화 등 소비자까지 가는 각 단계별로 수많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대전시는 이러한 스토리들을 발굴해서 좀 더 이야기가 풍성한 도시, 즉 스토리텔링의 허브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란 우리 머리 속의 상상력과 데이터의 혁신으로 일어나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식이나 정보, 문화예술, 콘텐츠, 스토리텔링, 융·복합, 인문학이 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전시가 과거 '모방적 과학기술 중심'에서 문화예술이 융합된 '창의적 과학기술 중심'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명특허와 문화예술의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대전 지역의 브랜드가 되는 명소와 인물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과학기술의 열매인 지식재산 속의 스토리를 발굴하여 콘텐츠산업으로 발전시켜 대전시를 문화강국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꿀잼도시'를 꿈꾸어 본다. 천 개의 단어보다 한 개의 그림이 낫고, 천 개의 그림보다 한 개의 스토리가 낫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2.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3.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4. [교단만필] 더 쉽게 만드는 시대, 더 깊게 배우는 교육
  5. 대전혁신센터, 대전창업허브 입주기업 7개사 모집
  1. 인공위성 기업 컨텍-AP위성, 루마니아에 지상국 시스템 전수
  2.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3.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4.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5.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헤드라인 뉴스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이 반도체 주요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가스 15종의 순도분석기술과 시험절차를 확립했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주요 소재의 수출 규제로 무역보복을 단행했을 때 불소 등의 공급처 확보가 어려웠던 경험에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노력한 성과다. KRISS는 2020년 불화수소 품질평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단계적으로 대상을 늘려 최근 식각·세정·증착용 고순도 가스 15종에 대한 순도분석 기반을 구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로써 가스별 표준 시험절차를 마련해 15종 전 품목에..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천안문화재단은 꿈의 무용단 천안이 5~7일까지 '2026 꿈의 예술단 합동캠프'에 참가해 전국 아동·청소년 예술단원들과 교류하며 공동 무대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우리들의 하모니'를 주제로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이번 캠프에서 꿈의 무용단 천안은 논산·공주 단원들과 함께 '아리랑을 위한 시퀀스'를 선보이며 화합의 의미를 담은 무대를 펼쳤다. 합동공연에서 전국 꿈의 예술단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나의 내일을'을 주제로 피날레 무대를 선보이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합동캠프는 단원들이 전국의 또래 친구들과 예..

"132억 농어민 희망자금 푼다", 서산시, 2만2천여 농어업인에 농어민수당 지급
"132억 농어민 희망자금 푼다", 서산시, 2만2천여 농어업인에 농어민수당 지급

충남 서산시가 농업과 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 농어업인의 안정적인 생계와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총 132억 원이 넘는 농어민수당을 지급한다. 시는 8월 10일부터 2026년 농어민수당 132억 7,000여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급 대상은 모두 2만 2,002명으로, 분야별로는 농업인 2만 1,462명, 어업인 480명, 축산업 종사자 35명, 임업인 25명이다. 농어민수당은 농업과 어업이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점을 인정해 농어업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