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대전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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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대전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이가희(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문학박사)

  • 승인 2022-07-07 00:13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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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수많은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소스의 보물창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전은 타 도시에 비해 독보적인 과학경제 도시를 이루는데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즉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등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대덕연구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5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콘텐츠 자원과 스토리텔링의 소스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딱히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노잼' 도시이기도 하다. 이는 대덕연구단지의 스토리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전국 3대 빵집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제일 먼저 성심당을 뽑는다. 성심당은 대전의 대표 브랜드다. 미국 스타벅스가 시애틀을 커피 도시로 만들었듯이, 성심당은 대전을 빵의 도시로 만들었다. 특히 로마 교황의 방문으로 더 유명해졌고, 대전이 아닌 타 지역엔 프렌차이즈를 내주지 않아 빵을 먹고자 하는 외부 관광객들을 대전으로 여행 오도록 만드는 역할도 했다. 무엇보다도 성심당의 아름다운 기부 스토리는 늘 감동을 더해준다.

대전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 터가 있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 맞서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민중계몽 운동과 언론활동을 전개한 단재 선생은 대전시 중구 어남동 도리미 마을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까지 어린 시절을 대전에서 보냈다.

또 대전시 회덕에 위치한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특히 송요화의 부인 호연재 김씨는 17~18세기 여류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한시 130여 수를 남겼다. 필자도 시인이라 김호연재 스토리에 더욱 애정이 간다. 이렇게 대전에는 예로부터 감성이 넘치는 문화예술인들의 자취가 많아 대전시민으로서 자부심이 들게 만든다.

우송 김정우는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연필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나라 최초의 문구회사 동화연필을 대전에 설립했다. 그가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우송학원은 오늘날 우송대학교가 되었다. 이렇게 대전의 곳곳을 찾아보면 수많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스토리의 경제력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올린 매출액은 총 231조원이다. 같은 기간에 만들어진 '해리포터' 영화시리즈는 자그마치 308조원으로 33.%나 많다고 알려진 바 있다. 콘텐츠 하나가 우리나라 반도체 전체보다 무려 77조원이나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가 되고 있다. 그래서 차세대 먹을거리산업으로 '콘텐츠' 분야를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매출도 70조를 넘어섰다. 앞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역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그만큼 우리 문화예술인이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의 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21세기 주도형 영상과 콘텐츠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영상의 모든 것은 문자를 기본으로 창출하는 산업이니만큼 과거 순수학문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웠다면 미래는 실용에 접목시킨 컨버전스를 잘 활용할 때이다. 신한류 열풍과 종편채널, 케이팝과 스마트티비, 웹컨텐츠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문화산업 트렌드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전시는 지역 스토리를 발굴하여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대전에는 25개 정부출연연구소가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와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카이스트도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에서 출원하는 특허만 해도 수만 건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9년 7월 기준 누적 미활용 특허가 4,150건이고, 이 미활용 특허 유지비로만 5년간 64억이 들어갔다고 한다. 2019년 한해 포기한 특허권도 1만 건으로 조사되어 정부출연연 특허의 60%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허 하나하나에도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매년 수만 건의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들이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에서 잠자고 있다. 아마도 대전의 명인과 명소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스토리가 존재할 것이다. 특허기술 하나만 보더라도 발명의 동기부터 연구개발, 특허출원, 상품화 등 소비자까지 가는 각 단계별로 수많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대전시는 이러한 스토리들을 발굴해서 좀 더 이야기가 풍성한 도시, 즉 스토리텔링의 허브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란 우리 머리 속의 상상력과 데이터의 혁신으로 일어나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식이나 정보, 문화예술, 콘텐츠, 스토리텔링, 융·복합, 인문학이 더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전시가 과거 '모방적 과학기술 중심'에서 문화예술이 융합된 '창의적 과학기술 중심'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명특허와 문화예술의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대전 지역의 브랜드가 되는 명소와 인물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과학기술의 열매인 지식재산 속의 스토리를 발굴하여 콘텐츠산업으로 발전시켜 대전시를 문화강국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꿀잼도시'를 꿈꾸어 본다. 천 개의 단어보다 한 개의 그림이 낫고, 천 개의 그림보다 한 개의 스토리가 낫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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