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최혜진 판소리학회장 "판소리는 '판소리'...'중고제' 조명은 충청의 뿌리찾기 시발점이죠"

  • 문화
  • 문화 일반

[문화] 최혜진 판소리학회장 "판소리는 '판소리'...'중고제' 조명은 충청의 뿌리찾기 시발점이죠"

  • 승인 2022-12-15 13:40
  • 신문게재 2022-12-16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최혜진교수
최혜진 판소리학회장(목원대 교수)
"정가 같은 고리타분한 노래만 해오다가 최선달을 계기로 양반도 재밌고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노래가 탄생한 거죠, 그게 바로 판소리의 시초입니다."

최혜진 목원대 교수이자 판소리학회장은 우리나라 대표 가락 '판소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라도가 아닌, 충청도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발전해온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 시절부터 판소리 문학 등 전통음악을 전공하고 연구해온 최 교수는 '종합예술의 결정체'인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 20년 넘게 한 분야만 고집하는 '찐 국악연구가'다.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섰던 11월 중순, 대전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난 최 교수는 오페라 공연 관람을 앞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대화 장소를 공연장 바로 옆으로 정한 이유다. 30년 가까이 판소리와 한국의 전통음악을 연구해온 이력과 달리 그의 넓고 깊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최선달'을 거론하며 판소리 원류부터 설명한 최 교수는 "양반사회가 지배하던 18세기 조선 후기는 지금의 성악과 비슷한 '정가'라는 음악이 주류를 이뤘고, 양반 사회에서 주로 불렸다. 그러다 여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는 노래를 최선달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며 "이후 명창들이 나왔고, 자기만의 창법과 레퍼토리를 개발하면서 판소리가 발전했으며,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판소리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는다"고 말했다.

최선달(崔先達, 본명 최예운, 1726~1805)은 충남 홍성의 인물로 '결성의 최선달'로 불리며 18세기 판소리의 시조로 평가받는 명창이다. 그가 개척한 판소리 장르는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고제(高制)'가 됐고, 고제를 다듬어 체계화했던 인물로 김성옥과 염계달을 중심으로 고제의 법제화와 표준화가 수립됐다. '판소리의 시조'가 최선달이라면 이들은 '중고제의 시조'다.

최 교수는 "애초 '중고제'라는 용어는 없었다. 1920년대 이후 장르가 세분화하면서 중고제로 불렸고, 중고제에서 동편제, 동편제에서 서편제로 지역색을 담아 판소리 장르가 나뉘었다. 모태는 경기와 충청에서 시작된 중고제이며, 매우 중요한 뿌리다"며 "2017년 즈음 뒤늦게 밝혀진 최선달의 역사적 조명을 계기로 판소리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제를 밝히는 것은 '한국예술의 뿌리를 밝히는 것'이며, 경기·충청을 중심으로 이어온 중고제의 명인 명창 가문에서 지금의 산조, 병창 등 가무악이 탄생했다"며 덧붙여 강조했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의 10년 프로젝트 '중고제 가무악 예술의 전통과 미학 연구'를 선정 받은 그는 중고제를 바탕으로 가무악 전체의 원류와 계통, 현황 점검과 향후 방향성 등을 집대성하기 위한 장기 연구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충남문화재단과 공주시와 함께 '제1회 중고제 축제'를 열고, 잊히고 스러져가는 충청의 소리 부활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판소리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물음에 최 교수는 "학자들 사이 10년 넘게 고민했으나 결국 '판소리는 판소리'로 결론 내렸을 만큼, 판소리 같은 위대한 예술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고도의 음악성인 '독공'을 통해 공력을 쌓고, 단련되는 과정을 겪어야 어떤 소리를 내도 상하지 않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최혜진 교수는 "중고제 연구를 통해 충청지역의 예술과 명인·명창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학문적 조명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판소리를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 알려 K-컬쳐의 중심축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며 중고제 연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