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정말 얼굴만 보고 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정말 얼굴만 보고 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3-01-19 16:17
  • 신문게재 2023-01-2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영섭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명의인 편작(扁鵲)은 제나라 환후(桓候)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권하였으나 환후는 편작이 공을 세우려고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속인다고 무시했다. 편작이 반복해서 경고했으나 환후는 듣지 않았고 네 번째 알현에서 편작은 환후의 얼굴만 보고 그대로 돌아갔다. 환후가 이유를 묻자 병이 이미 골수에 있어 신이라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닷새 후 환후가 병이 생겨 편작을 찾았지만, 편작은 이미 도망쳐버린 후였고 결국 환후는 사망했다.

위의 고사는 『사기(史記)』「편작전」에서 편작의 뛰어난 능력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CES 2023에 방문했다가 얼굴 영상만으로 분당 심박수, 분당 호흡수, 혈압,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주는 프로그램들(FaceHeart. Caducy)을 발견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카메라가 달린 기기로 웹주소 또는 앱에 접속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30초에서 1분 안에 혈압 등을 측정해줬다. 물론 성별이나 연령, 키, 혈압약 복용 등 일부 인구학적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약간의 오차는 있다고 하지만 얼굴만으로 심박, 호흡, 혈압을 동시에 측정하다니 참으로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반적으로 심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은 접촉식 심전도(Electrocardiogram·ECG)과 LED를 이용한 광혈류측정방식(Photoplethysmography·PPG)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직접 몸에 닿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헤모글로빈이 적색광을 반사하고 녹색광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 원격 광혈류 측정방식이 개발됐고 스마트폰의 RGB 카메라를 이용하는 방식이 연구되면서 위와 같은 기술들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ETRI)에서 얼굴영상 기반 심박수 측정기술을 특허출원하고 필요한 기관에 기술이전하고 있었다.

그러면 심박 측정에서 나아가 이처럼 얼굴만 보고 실제 여러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전통적인 한의학의 주요 진찰법에는 망(望)·문(聞)·문(問)·절(切)의 네 가지 진찰법이 있으며, 이중 망진(望診)은 눈으로 환자의 얼굴, 색조, 색조, 피부, 형태, 자세 등을 보면서 진단하는 방법이다. 또한 절진(切診) 중 하나인 맥진은 심박동의 형태와 변화를 관찰하여 환자의 상태와 예후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면, 안색이 붉고 맥이 빠른 열증의 경우는 고혈압, 동맥경화, 두통, 어지러움, 중풍, 심장질환 등이 주로 나타나고 안색이 창백하고 맥이 약하거나 느린 한증의 경우 비뇨생식기질환, 장질환, 자궁질환, 퇴행성 관절염, 요통 등의 질병이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1분 남짓한 얼굴 영상만으로 망진과 맥진으로 얻던 정보의 상당 부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망진은 얼굴만이 아닌 몸 전체를 관찰하는 것이고, 맥진은 심박 정보 외에 맥의 깊이나 부위 정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 어느 정도 한계점은 있다. 또한 모바일 기반 기술을 '의료'영역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발전하는 ICT기술과 한의학의 융합에서 조만간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안면영상과 한의건강정보에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하여 안면영상 기반 건강수준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고, 맥진데이터를 추가하여 미병상태를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적용, '미병보감' 앱을 개발한 바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질과 한열 등의 한의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질병을 조기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상호 시장 예비후보' 베이스캠프 공개...본선 정조준
  2. [교단만필] 좋아하는 마음이 만드는 교실
  3.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4. [대학가 소식] 한남대 2026 창업중심대학 지원 사업 설명회
  5. 건양대 메디컬캠퍼스 ‘L보건학관’ 활짝… 미래 보건의료 교육 거점 도약
  1. 기산 정명희 칼럼집 발간
  2. "3·8민주의거는 우리에게 문학입니다… 시를 짓고 산문을 쓰죠"
  3. [사이언스칼럼] 쌀은 풍년인데, 물은 준비됐는가 - 반도체 호황이 던지는 질문
  4. 코레일, KTX 기장·열차팀장 간담회
  5. 김태흠 충남지사 "도내 기업 제품 당당히 보증"… 싱가포르서도 '1호 영업맨' 역할 톡톡

헤드라인 뉴스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3·8민주의거 인지도 29% 매우 낮아, 역사적 의미조차 '평가보류중'

대전 3·8민주의거가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운동사의 중요한 연결고리임에도 청소년들에게 잊힌 역사가 되고 있다. 3·8민주의거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3·8에 대한 실질적 인지도는 29.6%로 5·18민주화운동 86.5%, 4·19혁명 79.4%, 대구 2·28민주운동 33.7%보다 낮았고, 발상지에 대한 설문에서도 '대전' 정답률은 35.1%에 불과했다. 대전에서조차도 청년 세대의 기억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은 3·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현재적 의미 부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통합 무산때 재정 공백…충청광역연합 대안 카드 부상
통합 무산때 재정 공백…충청광역연합 대안 카드 부상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른바 플랜B로 충청광역연합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통합 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논의되던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역시 초광역 협력체계인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충청권이 이번에 통합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이재명 정부 국가균형발전 대전제인 5극 3특 전략에서 역차별을 받지 않기 위함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충남과 대전은 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4년간 20조'라는 인센티브 등 각종 재정 지원과 제..

대전 기름값 폭등에 전국서 순위권…이재명 대통령 재제 방안 주문
대전 기름값 폭등에 전국서 순위권…이재명 대통령 재제 방안 주문

대전을 비롯한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가격 폭등 재제방안 언급이 실제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가량 시차가 발생하는데, 중동발 전쟁 확산 이후 주유소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전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경유는 네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