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홍시 소고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홍시 소고

어머니라는 저울은

  • 승인 2023-01-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나훈아의 히트곡인 '홍시'다.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 노래의 가사처럼 보고픈 울 엄마가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엄마란 무엇일까.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는 우주보다 위대하다. 그렇지만 나에겐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리워했어도, 힘들 때 목이 터져라 불러봤어도 엄마는 단 한 번도 이 아들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즈음, 초등학교 동창이자 죽마고우인 친구와 함께 그의 모친께서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를 들먹이며 면회조차 못 하게 막는 요양병원 관계자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하며 오열하는 친구를 붙들고 한참을 같이 울었다.



독일 소설가 장 파울은 "어머니는 우리의 마음속에 얼을 주고, 아버지는 빛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 또한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놓고 다른 쪽 편에는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볍다는 건 상식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런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나는 전생에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이처럼 가혹한 고통과 시련을 감당해야만 했던 것일까. 방화 [해바라기]는 2006년에 개봉했다.

고교 중퇴 후 맨주먹으로 거리의 양아치들을 싹 쓸어버렸던 오태식(김래원)이 주인공이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고 싸움을 했다 하면 피를 보는 다혈질의 태식은 칼도 무서워하지 않는 잔혹함으로 오죽했으면 별명이 '미친개'라고 불렸다.

그가 가석방되면서 조폭 두목인 조판수는 아연 긴장한다. 출소하면서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생활 수칙으로 정한 태식은 하지만 친모보다 더 살가운 양모(養母)인 양덕자(김해숙)가 조판수 일당의 흉계로 인해 죽게 되자 그만 눈이 돌아버린다.

이로부터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태식의 무시무시한 보복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사실 태식은 덕자의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었다. 그렇지만 덕자는 태식을 면회하면서 그의 진실성을 간파하곤 양아들로 삼는다.

그런 어머니였기에 태식은 개과천선으로 자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내려 애썼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려서 나를 길러주신 유모할머니가 오버랩되어 눈물을 훔쳤다.

[따뜻한 하루]라는 사이트의 글에서 <따뜻한 감성편지> 편에 '열다섯 엄마의 눈물'이라는 글이 돋보인다. 열다섯 철없는 여중생이었던 시절 과외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된 주인공은 둘째까지 출산했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의 사람이었다.

면목은 없었지만 다시 가족을 찾은 주인공은 두 아이를 큰오빠의 호적에 올린다. '고모'로 가장하며 산 지 어언 20년… 성장한 아들이 결혼을 하루 앞둔 그날,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고모, 내일 결혼식장에 예쁘게 하고 오세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늘 꼭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저 기억하고 있었어요. 사랑해요. 엄마! 이젠 좋은 사람 만나세요. 아빠… 아니 그분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요. 엄마를 아끼는 사람 만나 지금이라도 행복을 찾으세요." 주인공은 20여 년간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이 글을 보면서 나도 꺼이꺼이 울었다. 그런 어머니도 있었거늘….

나훈아의 노래처럼 홍시가 열리면 나는 울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쭈글쭈글했던 유모 할머니의 젖가슴이 그립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설날이 다가오니 더 그렇다.

■ "어머니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대는 것을 필요 없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로시 캔필드 피셔, 미국 소설가)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홍경석 세창밀시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