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도시에 다가가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도시에 다가가다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3-03-29 09:23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0329084708
김병윤 전 학장
영국 런던의 한복판 트라팔가 광장의 포트레이트 뮤지엄(국립초상화갤러리),로열 오페라하우스 재계획 등 주요 건축재생에 참여한 영국의 건축가 에드워드 존스에게 반신반의하며 물은 적이 있었다. 우리 도시 서울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답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하며 지킬 것, 고칠 것, 새로 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부터 하는 것으로 묵직한 답을 준 적이 있다.

오래전 한 지방도시의 미래를 위한 별 힘없는 백서를 만드는 계기에서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참으로 걸출한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정치가에게서 듣기는 참 어려운 얘기지만 저는 "재임 중에 계획만 세우도록 하겠습니다"는 대부분 재임기 이내에 마칠 것을 우선하는데 이런 괴짜도 있구나 했던 시간이었다.

걷고 묻고 머물며 잘살기 위한 주제로 수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크고 작은 답들이 산재한 도시는 늘 많은 고민을 지니고 있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을 도시의 문제에 잠잠히 다가가 본다. 도시를 인지하는 첫 번째 사고는 도시의 기념비적인 특별함이거나 도시의 풍요와 화려하게 치장한 도시의 표피일 듯싶다. 대부분은 이를 보고 상대적인 작고 여린 초라함마저 느끼면서도 언젠가 저 높은 건물이 내 것이 될 것이라는 배포만큼이나 허망함의 경계 사이에서 소외, 이룰 수 없는 꿈의 높다란 벽을 개인의 외로움으로 느낄 수도 있다.

네덜란드 혈통의 미국 화가 E. Hopper는 도시의 다양한 일상에서 보는 사유의 단편들을 매우 단적인 기조로 화폭에 담았다. 작게 담긴 화면에서도 도시는 매우 꿈틀거리고 우리의 의식을 통해 많은 도시의 씁쓸함을 불러내기도 한다.

분명 도시는 대단한 힘을 지닌 거인인데 비해 작고 외로운 개인과 우아한 도시를 느끼게도 하나 한편 초라하게 개별화된 나, 그 초상을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도시에 다가가다(Approaching a city)"를 보며 도시는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지녔음을 느낀다. 그림 한 장으로 감상에 빠졌다고 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유란 늘 공허하지 않은 실체에 다가가는 길목이 된다. 도시가 지닌 단편적 장면들을 한 장의 화면에 몰입한 수학적 문제방식에 기대어 도시의 꿈틀댐을 인상주의나 낭만주의의 온유로 표출하기보다는 쓸쓸함과 소외를 느끼는 개인이 나타나도록 끌어냄에서 도시에 다가가다 는 기술적 미장센(장면계획)의 커다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하고자 함은 바로 이런 도시의 웅대함을 바탕으로 개인이 존속하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도시에 대해서 얼마나 긍정하고 있으며 부정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고는 얼마나 현실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미 오래전 주차장이 문제 되지 않을 시절 거구의 박물관을 도시의 안방 안에 두었고, 멀찍이 있을 것들을 일상의 곁에 두기도 해서 지금은 주차 걱정 없이 걸어서 가거나 느리게 달리는 멋진 더블데커(2층 버스)나 지하철로 가면 되는 런던의 국립박물관이 바로 이웃집에 있었음을 깨닫고 이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한 답의 하나로 제시한다.

당장 주차장을 없애자면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겠지만 우선 긴장을 풀고 생각해 보자. 도시재생에서 해법으로 낸 원룸 짓기가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주차장을 공동으로 모으도록 필로티는 줄이고 거리에 좀 더 나은 방법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덩그럼이 비워진 썰렁한 가로공간이 동네 주방, 뜨개질 방, 과자가게 등으로 옹기종기 채워지면 거리는 조금 온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주차장은 해결하기 어려운 얘기니 차차 하기로 하고, 뉴욕처럼 갈 것인가 아니면 동네 시끄러운 공원을 공동의 주차장으로 바꿀 것인가. 아직 이 문제는 누구도 알맞은 답을 내기 어려운 과제이긴 하나 줄여가는 것이 답이 될 것이라 여긴다. 동네 얘기는 할 얘기가 많은 도시의 맥박 같은 곳이다. 모든 건물 안에 주차장을 두지 않았고 이웃에 박물관을 두었던 뉴욕과 런던의 얘기에 조금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2.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3.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4.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5.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1.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2.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3. "기적을 만드는 5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직접 해보니
  4.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5. 천안법원, 무면허 음주사고 후 바꿔치기로 보험금 타려한 50대 남성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대전 유성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유성온천’입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유성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님이 행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유성온천은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까요? 유성온천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온천과도 같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유성온천 탄생의 전설을 전해드립니다. 금상진 기자유성온천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까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한..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6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초를 겪고 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특히 5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정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은 한화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2일 KBO에 따르면 한화는 올 시즌 11승 17패 승률 0.393의 성적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8위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로, 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태다. 중위권과는 2경기 차로 뒤처진 상황이며, 9·10위권과는 단 0.5..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