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 떠나는 20·30...그들에겐 큰 이유가 있다

[기획] 지역 떠나는 20·30...그들에겐 큰 이유가 있다

양질 일자리 부재가 가장 큰 원인
문화자본·인적자본 아쉬움도 영향

  • 승인 2023-05-08 16:51
  • 신문게재 2023-05-09 1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GettyImages-jv126939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획-지역 인재 '탈대전 스톱(STOP)']

(상) 먹이 찾아 둥지 떠나는 지역 청년들

(중)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지역 강소기업 '억울'

(하) 지역경제 구조적 문제 개선방안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 먹이는 일자리를, 둥지는 주거지를 뜻한다. 지역엔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엔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지역청년들은 '둥지'가 없음에도 '먹이'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 적은 일자리 수와 직종의 다양성 부재, 부족한 처우 등이 이유로 꼽힌다. 지역에서 청년이 빠져나가면 지역경제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인재 유치를 위해 '탈대전'을 고려하고, 대기업들은 지역에 인재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경기도 판교 이남으론 잘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며 지역에 남고 싶은 청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중도일보는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지역 청년 이탈을 막을 방안이 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기획-지역 인재 '탈대전 스톱(STOP)']

(상) 먹이 찾아 둥지 떠나는 지역 청년들



"서울 가면 고생할 것 뻔히 보이지만, 다들 어쩔 수 없이 가는 것 같아요."

최근 기자가 만난 대전에 사는 20·30 청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지만,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주는 임금이 지역보다 많아 높은 물가와 자취비용을 빼더라도 수도권 취업이 훨씬 이득이라고 청년들은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 총액은 서울이 456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전은 381만 원, 세종은 398만 원, 충남은 401만 원으로 서울과 격차가 적지 않다. 고용률로 보면 2023년 2월 기준 서울 68.3% 경기 69.2%인데 비해 대전 68.2%, 세종 66.9%, 충남 67.6%에 불과하다.

충남에서 태어나 대전에 있는 사립대를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문지희 씨(25살)는 서울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문 씨는 "대전에 있는 회사는 임금 수준이 너무 낮고 임금 상승률도 미미하다"며 "한적한 분위기가 좋고 가족들도 있어서 대전에서 평생 살고 싶었지만, 취업 여건이 좋지 않아 서울에서 더 나은 대우 받으면서 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의 지리적 요건은 오히려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 시킨다. 문 씨는 "어차피 서울과 대전은 KTX로 한 시간 거리인데 부모님 뵈러 자주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지역엔 일자리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을 뿐더러 선택지도 다양하지 않다. 대전에서 태어나 지역 국립대를 졸업하고 경기에서 IT업계 중견기업에 다니는 강윤제씨(29살)는 "대전은 공기업이 대부분이고 IT업계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수도권은 회사가 몰려 있어서 이직하기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IT개발·데이터로 검색하면 서울은 1만 410건의 채용공고가 올라왔지만, 대전은 613건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대전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은 교육 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업이었다.

인적 네트워크와 문화 자본을 쫓아 서울에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상경한 김현주(28살)씨는 고향에 내려올 생각이 없다. 김씨는 "대전은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고 지역 특유의 보수성이 있어 답답하다"며 "다양한 문화생활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서구 괴정동서 20대 남성 전 연인 살해 후 도주
  2. [사설] 광역교통사업도 수도권 쏠림인가
  3. 과기계 숙원 'PBS' 드디어 폐지 수순… 연구자들 "족쇄 풀어줘 좋아"
  4. 이재명 정부 첫 '시·도지사 간담회'...이전 정부와 다를까
  5. 의대생 복귀 방침에, 지역 의대도 2학기 학사운영 일정 준비
  1.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2. '전교생 16명' 세종 연동중, 5-2생활권으로 옮긴다
  3. 농식품부 '인공지능 융합 미래 식·의약 첨단바이오 포럼' 개최
  4. [대입+] 정원 감소한 의대 수시, 대응 전략은?
  5. [춘하추동]폭염과 열대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3차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한 5극(5개 초광역권) 3특(3개 특별자치도) 등 국가균형발전 국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공정한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문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겠다"며 갈수록 심각해 지는 수도권 1극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대전 괴정동 전 연인 살해 사건으로 교제폭력 특별법 부재, 반의사불벌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한 달 전 피해자가 가해 남성의 폭행에도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의 안전조치 권유도 거절했으나, 그 기저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지만 관련 법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 서구 괴정동의 주택가에서 A(20대)씨가 전 연인 B(30대·여성)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상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종시가 상가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하고, 관광숙박시설 입점 조건을 완화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상가 활성화를 저해하는 '족쇄'를 일부 풀겠다는 전략인데, 전국 최고 수준인 상가공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도일보 7월 5일 온라인 보도> 세종시는 행복도시 해제지역의 상가공실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상가의 허용업종 확대, 일반상업지역 내 관광숙박시설 입지 허용(총 8필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