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악담과 동격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악담과 동격

망루탄주(網漏呑舟)

  • 승인 2023-06-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의도적으로 피했다. 휴대전화도 일부러 끄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막역한 친구들이 모임에 참석하라며 성화를 부리기에 갔다.

우울증을 경험한 바 있는 친구는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며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라며 덕담을 안겼다.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이처럼 좋은 대화는 사람의 기분까지 바꿔준다.



대화(對話)는 사람을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을 뜻한다. 여기에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말씀 담'(談)이다. 그럼 또 다른 '담'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회담(會談)은 모여서 이야기함이고, 장담(壯談)은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다. 속담(俗談)은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와 사람들이 마음속에 깊은 동감을 얻고 널리 퍼진 격언이며 세속에 관련된 이야기를 뜻한다.



덕담(德談)은 상대방이 잘되라고 비는 말이며, 악담(惡談)은 남이 못 되도록 하는 나쁜 말이다. 험담(險談)은 남을 헐뜯어서 하는 말이며, 괴담(怪談)은 괴상한 이야기다.

좌담(座談)은 마주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는 이야기이고, 진담(眞談)은 진정에서 우러나온 거짓이 없는 참된 이야기다. 농담(弄談)은 실없는 말이며, 재담(才談)은 재치가 있게 하는 재미스러운 말이다.

밀담(密談)은 남몰래 비밀히 하는 이야기이고, 만담(漫談)은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말로써 흥미를 끈다. 음담(淫談)은 음탕한 이야기이며, 한담(閑談)은 심심풀이로 하는 이야기로 그리 중요하지 않은 말이다.

방담(放談)은 생각나는 대로 거리낌 없이 하는 말이고, 소담(笑談)은 우스운 이야기를 뜻한다. 상담(相談)은 말로 상의함이며, 면담(面談)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간담(懇談)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함이고, 정담(情談)은 다정한 이야기를 말한다. 필담(筆談)은 말이 통하지 아니할 때 글을 써서 서로 묻고 대답하는 일 또는 그 문답을 뜻하며, 항담(巷談)은 거리에 떠도는 소문이다.

가담(街談)은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논의되는 말이고, 청담(淸談)은 속되지 않은 청아한 이야기 또는 남의 이야기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혼담(婚談)은 혼인을 정하기 위하여 오가는 말이며, 경험담(經驗談)은 몸소 겪고 치러 본 이야기다.

모험담(冒險談)은 모험을 하면서 겪은 사실이나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고, 무용담(武勇談)은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다. 지금까지 '담'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그 많은 '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담(情談)과 청담(淸談)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떠한가. 현행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전세 사기범들로 인해 벌써 4명이나 되는 세입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버렸다.

민심을 읽고 방향타(方向舵)를 조종해야 할 정치인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중에도 가상화폐에 거래하는 따위로 거액을 벌었다는 혐의로 의원직 사퇴 요구가 거세다. 이러한 사회적 탁류 현상은 급기야 저잣거리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6월 4일 방송된 KBS2TV '1박 2일'에서는 경북 영양군의 전통시장에서 파는 옛날과자 가격을 두고 바가지 논란이 불거져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1만 원대인 1.5㎏ 과자 1봉지를 무려 7만 원에 바가지를 씌워 파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것이 발단이었다.

저간의 이런 현상을 보면서 망루탄주(網漏呑舟)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그물이 새면 배도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법령(法令)이 관대(寬大)하여 큰 죄(罪)를 짓고도 피할 수 있게 됨을 비유하는 한자성어다.

채만식의 장편소설로 유명한 탁류(濁流) 현상이 개탄스럽다. 탁류는 악담(惡談)과 동격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