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작가가 마지막 기억을 부여잡고 그려낸 고향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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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작가가 마지막 기억을 부여잡고 그려낸 고향과 어머니

20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이동표 화백 수상작가전 개최
10월 27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 5전시실서 열릴 예정
보고싶은 가족, 통일 염원, 한국전쟁 참상 작품으로

  • 승인 2023-10-19 08:56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이동표 어머니 초혼전 그 이후(병석의 어머니) 1996
이동표, 어머니 초혼전 그 이후(병석의 어머니), 1996.
한국의 아픈 역사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자서전을 쓰듯 작품으로 남기는 서양화가가 있다. 바로 실향작가인 이동표 화백이다.

2022년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상인 '제20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이동표 화백이 영예를 안으며 10월 27일부터 이 화백의 수상작가전이 대전시립미술관 5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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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표 화백
이동표 화백은 1932년 일제강점기에 황해도 벽성에서 태어났다. 1948년 혜주예술전문학교 미술과에 입학했고 1945년 해방 후 미국과 소련에 의해 신탁통치를 받았던 시대에 살았다. 1950년 6.25 한국전쟁 발발 후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고 1.4 후퇴 때 월남해 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리나라로 전향 후 미군 수송부대에서 초상화가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동표 화백의 일대기를 설명한 건 그가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직접 겪은 산증인이자, 6.25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한(恨)과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하고 있는 원로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 가자 2011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 가자, 2011.
지금까지 이 화백은 마지막 기억을 부여잡듯 어머니와 아버지, 친구 등 고향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유년 시절 겪었던 오래된 기억과 씻을 수 없는 6.25 한국전쟁의 참담한 기억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현재까지 실향민으로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일생을 끊임없이 작품으로 남겨 한국 화단에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실향민으로 분단 한국이 빨리 통일되기 원하는 염원과 고향에 가고 싶은 애환이 느껴진다. 2000년대 초부터는 작품 하단에 '실향민 이동표'라고 쓰기 시작했다. 마치 호(號)처럼 사용하는 '실향민'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려온 이동표 화백의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동표 혼길 2021
이동표, 혼길, 2021.
작품세계의 가장 큰 중심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2000년 이전의 작품들은 고향인 황해도 벽성에서 살아온 유년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이 많았다. 이 시기에 제작한 작품들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렸고, 동생과 사촌, 형제를 그리기도 했다.

이동표 화백의 작품 세계는 4기로 정리된다. 1960년대에서 1999년까지는 고향에 두고 온 보고 싶은 어머니와 가족을 집중적으로 시기라면, 2000년대부터 2009년까지는 참혹한 6.25 한국전쟁의 참상과 실향민의 애환을 기록했다. 2010년대부터 2019년까지는 한국 통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고 2019년 이후부터는 코로나와 관련된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2019년 중국 수난성에서 시작한 코로나19로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동표 화백은 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인류의 종말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6.25 전쟁과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이동표 혼길, 어머니와 만남 2022
이동표, 혼길, 어머니와 만남, 2022.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기를 '백색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슷한 동년배인 실향민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흑백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혼이라도 고향에 가고 싶은 심정이 그의 작품에 계속 묻어나고 있다.

한편 이동훈미술상은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대전과 충청은 물론 국내 미술발전에 이바지한 고 이동훈 선생의 작품 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본상은 우리나라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원로작가에게, 특별상은 충청권에 연고를 두고 활발히 활동하는 30~50대의 역량 있는 작가에게 시상한다. 이동훈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중도일보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한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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