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족 잃은 슬픔을 어떻게 잊어요"… 세월호 11주기 유족들의 눈물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가족 잃은 슬픔을 어떻게 잊어요"… 세월호 11주기 유족들의 눈물

국립대전현충원서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추모 기억식
고 김응현씨 형 김응상씨 동생 묘서 직접 쓴 수필 읽어
단원고 교사 김초원씨 부친 김성욱씨 묘비 만지며 눈물
유족·추모객 발길 이어져… "제대로된 진상규명 언제쯤"

  • 승인 2025-04-16 17:17
  • 수정 2025-04-16 17:57
  • 신문게재 2025-04-17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김응상 씨
16일 단원고 2학년 8반 담임교사 고 김응현 씨의 묘역을 찾은 김응상 씨 부부. 동생의 묘 앞에서 김 씨는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사진=정바름 기자)
"십 년의 긴 시간이 스쳐 갔다. 그 세월에도 평정심을 찾지 못하는 건 집착인가. 상흔 때문일까. 시간이 흘러도 푸른 신호등은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아주 먼 곳에 있는 동생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순직교사 고 김응현 씨의 형인 김응상 씨는 동생이 잠든 묘소를 찾아 자신이 쓴 수필을 들려줬다.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지만,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북받치는 감정에 한편을 완성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김응상 씨는 동생의 묘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당시를 회상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담임교사였던 김응현(당시 44) 씨는 2014년 4월 16일 사고 당시 29명의 제자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쓰다 유명을 달리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아빠'라 부를 정도로 자상하고 정 많은 교사였다. 김응상 씨는 "참 애틋한 동생"이라며 "11살 터울에 막내라서 어렸을 때는 동생을 무릎에 앉혀놓고 함께 TV를 보기도 했다. 당시에 슬퍼하는 가족들을 대신해 경황없이 장례절차를 처리하고 한 달 뒤에나 참았던 눈물이 터졌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50416_164407210_01
16일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교사 고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묘역을 찾아 짧은 생을 살다간 딸을 위로했다. (사진=정바름 기자)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를 추모하기 위한 기억식이 열려 유족과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세월호에서 구조활동을 하다 숨진 고 김응현, 김초원, 고창석,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이해봉, 남윤철, 이지혜, 최혜정 교사와 정성철, 박인돈, 안병국, 신영룡, 이은교 소방공무원, 양대홍, 박지영, 정현선 승무원을 기리기 위해 헌화를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교사였던 고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26살 꽃다운 나이, 그것도 생일날에 세상을 떠난 딸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쏟아냈다. 거주지인 경남 거창에서 두 시간 넘는 거리지만 11년 동안 매월 찾아 딸을 보고 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사의 꿈을 가진 딸을 응원해왔던 김 씨는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제자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입히고, 다독였던 김초원 씨는 당시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로 순직교사로 인정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잊고 살라"는 주변인들의 말은 김 씨를 더 아프게 한다. 그는 "어느 모임에 가든 가만히 있고 싶어도 주위에서 세월호 유족이라고 소개를 한다"며 "그러면 주변에서 '그만해라, 이제는 잊어버려라'라는 얘기를 한다. 딸이 비극적인 사고로 생을 마감했는데, 부모가 어떻게 잊고 살 수 있겠느냐"며 슬퍼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족들을 애통하게 한다. 최근 해양심판원은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선체 자체의 복합적 문제였다"고 뒤늦게 결론을 내렸다.

권영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정부에서는 9번의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라면,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잊을까봐 두렵다는 유가족들의 말을 들었다. 세월호를 우리 기억에서 지우려는 자들과 정치적 대립의 도구로 사용하는 세력에 함께 맞설 것"이라고 추모사를 밝혔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울진군 임업사관학교 입학식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 어르신 복지 증진 맞손
  3. 천안법원, 허위 보조금 신청한 60대 남성 '벌금 500만원'
  4. "함께하는 한 끼, 이어지는 우리"
  5. 음악의 감동과 배움의 열정으로, 어르신 삶에 새 활력을!
  1. 당진 173㎜ 홍수주의보 해제…산사태 주의보 '계속'
  2. 아산시의회 탄소중립을 위한 특별위, '중이 없는 회의 개최
  3. 백석문화대, 충남형 계약학과 공유·협업 워크숍 개최
  4. 아산시, 'KTL 바이오의료종합지원센터' 개소
  5. 연암대, LG와 함께하는'2025 LG Day'개최

헤드라인 뉴스


‘K-스틸’ 위기 극복 세미나 여야 대거 참석 ‘법안 통과’ 한목소리

‘K-스틸’ 위기 극복 세미나 여야 대거 참석 ‘법안 통과’ 한목소리

미국의 관세 압박에 어려움을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 제정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철강포럼(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어기구·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이 9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K-스틸법 발의, 그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다. 이번 세미나는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련된 K-스틸법의 의의를 평가하고 후속 입법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인 K-스틸법 제정안에는 대통..

"대학생이 바라본 지역 현안은"… 정책과 보완점 논의
"대학생이 바라본 지역 현안은"… 정책과 보완점 논의

대전 유성구 정책 분석을 위해 지역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댔다. 14일 유성구에 따르면 12일 유성구청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현안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단'의 연구 보고회를 개최했다.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단은 KAIST와 국립한밭대 학생 2개 팀으로 구성됐다. 앞서 6개월간 팀별 멘토 교수의 지도를 받아 데이터 분석과 정책 대안 제시 활동을 이어왔다. 보고회에서 KAIST '얼른타보슈' 팀은 축제·유동량·소비 등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축제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과..

중처법·노란봉투법에 흔들리는 지역기업 탈출구는?
중처법·노란봉투법에 흔들리는 지역기업 탈출구는?

#1.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법적 의무 범위가 여전히 모호해 산업현장에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대출 제한,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2.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역시 대표적인 기업 규제 법안으로 꼽힌다. 사용자의 범위가 명확치 않은 데다, 경영상 의사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쳐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5~6학년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5~6학년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