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권력의 심리학』과 21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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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권력의 심리학』과 21대 대통령 선거

서영식 충남대학교 지식융합학부장(리더스피릿연구소장)

  • 승인 2025-05-28 17:19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셔영식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국제정치학 교수인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의 저서 『권력의 심리학』(Corruptible: Who Gets Power and How It Changes Us, 2021)에 따르면, 정치의 영역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좌에 오른 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몰락하고 마는 부패한 독재자들은 공통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

클라스는 이 특성을 ‘어둠의 3요소’라고 칭하였는데,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즘’이 그것이다. 부패한 독재자는 자신의 존재를 절대시하는 왜곡된 성향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건설적인 충고나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 나아가 그는 타인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정치적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만 간주한다. 더욱이 그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마키아벨리스트이기에 주변에서 끊임없이 희생양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부패한 독재자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권력을 쟁취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거머쥔 권력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성취를 이룰 수는 없다. 비록 그는 일정 기간 세상을 기만할 수 있고 또한 남을 조종하는 데 필요한 피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높은 수준의 충동성과 무분별한 위험 감수 경향으로 인해 장기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행하는 능력은 보통 사람보다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클라스의 흥미로운 분석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문학적 장치를 통해 묘사한 통찰과도 맥이 닿아 있다. 『맥베스』나 『리처드 3세』와 같이 그의 정치권력극(political power play)에 등장하는 일련의 주인공들은 불굴의 의지와 개성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일에는 일단 성공하지만, 정치권력의 경쟁적·파괴적 속성에 대한 인식을 원초적으로 결여하였고 또한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 없이 오직 권력 자체만을 추구한 탓에, 권력의 정점에 선 직후부터 추락이 시작되며 결국 필부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시 말해서 외견상 영웅적인 풍모와 거침없는 실행력을 갖추고 권력 쟁취라는 목표에 도달한 인물들은 자신을 정상으로 올라가게 야심과 자질로 인해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조직이나 사회를 이끄는 리더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영인의 스킬이나 테크닉을 의미하는) 좁은 의미의 리더십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헌신적인 자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정신'(leaderspirit)이란 구성원들이 지금 여기서 가장 필요로 하는바, 즉 조직과 사회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공유비전으로 형상화한 후 다시 구성원과 더불어 성취할 수 있는 실천적 자세와 역량으로 규정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후 함께 도달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드러난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바람직한 지도자의 예로 시대극 ‘헨리 5세’의 주인공 헨리 5세와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에 등장하는 옥타비아누스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은 공동체가 지향할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실행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는 몇 달간 지속된 혼란과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클라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며칠 후부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는 이른바 어둠의 3요소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나아가 그는 셰익스피어가 묘사한 바와 같이 역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공유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러한 판단 기준을 미래에 대한 장밋빛 주장, 즉 후보들의 선거 구호나 공약집에서 찾지 말기 바란다. 사실상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지금까지 공직자와 시민으로 살아온 과정과 성과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누구든 쉽게 변하지 않으며, 대개는 살아왔던 대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서영식 충남대학교 지식융합학부장(리더스피릿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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