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사람 하나 취업시키는 일, 중매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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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사람 하나 취업시키는 일, 중매보다 어렵다."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 승인 2025-06-16 16:51
  • 신문게재 2025-06-17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요즘 사람을 구하기도,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던 중, 고용센터 직업상담사 한 분이 한 말이 인상 깊다. "사람 하나 취업시키는 게 중매보다 더 어려워요" 생각할수록 깊이 있는 말이다.

고용센터에는 단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오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좌절의 끝에 누군가는 인생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런 한 사람의 구직자가 다시 일이라는 세상과 연결되기까지는 단순한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복합적인 인생 설계 과정까지 아우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래 사례는 직업상담사들의 숨은 노력과 진심을 보여준다.

"7년간 공시 준비 후 무너진 청년의 재출발"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7년간 공시를 준비하다 결국 포기한 청년은 실패가 계속되자 가족의 지원이 끊기면서, 자신감도 잃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다. 문서작성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빵 공장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탈진해서 퇴사를 하였고, 이후에는 대인기피, 자기비하, 불안과 우울로 스스로 밖을 나오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직업상담사는 이 청년을 놓지 않았다. 상담 초기부터 심리 회복을 돕고 경력 탐색을 통해 청년에게 필요한 자격증을 찾아 훈련과정과 일경험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청년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토익 고득점까지 달성, 훈련기관 우수 수료생으로 선정되었고, 두 차례의 일경험 프로그램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 마침내 경리 회계 분야로 취업에 성공하였다. 특히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도 되찾고 가족과 관계도 회복하였다. 무려 17개월 동안 이어진 총 39번의 지속적인 상담과 맞춤형 지원이 청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결정적인 힘이었다.



"30년 알코올 중독을 이겨낸 기적" 45세 상우(가명)씨는 10대부터 술에 의존해 살았다. 30년 가까이 알코올 중독으로 지내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고 친구에게까지 사기를 당하였다. 연체와 채무로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절박함에 고용센터를 찾았다. 처음엔 무기력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고 의사 표현도 힘겨웠다. 하지만 직업상담사는 그 속에서 의지를 발견했고 지금 상우 씨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삶 전체의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고용센터만으로 지원이 어려워 알코올 중독관리센터에 연계하고 주민자치단체를 통해 주거와 의료 지원을 신청하여 기초 생활 수급자가 되었다. 신용불량 문제 해소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상담도 연결해 주었다. 가구설계 훈련과정에 참여 후 일경험을 거쳐 마침내 가구 제작업체에 취업을 하였다. 1년 금주 기념일엔 꽃을 들고 센터를 찾아와 상담사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적 문제와 주거도 해결되고 자신감 회복은 물론 우울증도 호전되어 정서적 안정까지 되찾았다. 포기하려 할 때마다 상담사의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로 상우 씨는 인생 2막의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두 사례는 구직자들이 단지 일자리를 찾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용센터는 단순히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직장을 잃어 좌절하거나, 삶의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힘을 건네고 자신감을 회복시키며 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시 시작하게 하는 곳이다. 직업상담사는 단순한 취업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살피며 심리 회복부터 직업역량 강화, 제도 연계까지 수십 번의 손을 내밀며 함께하는 조력자로, 이들이 고용센터 있다.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봐요" 고용센터는 일을 통해 사람을 살리고 다시 삶이 이어지도록 돕는 곳이다. 오늘도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 창구에서는 직업상담사의 한마디가 누군가의 내일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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