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죗값의 끝은 어디인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죗값의 끝은 어디인가

송기한 대전대 교수

  • 승인 2026-03-16 10:59
  • 신문게재 2026-03-17 19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송기한 대전대 교수
송기한 대전대 교수
얼마 전 모 프로야구단 소속의 선수들이 도박을 했고, 그 대가로 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전에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어떤 처벌이 내려지든 간에 야구는 계속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어느 특정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실수로, 또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평생 쌓아온 자신의 업적을 잃거나 몸담았던 직업 공간을 떠나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한때 MLB에서 전도유망했던 선수가 음주 운전으로 야구장을 떠나기도 했고, 또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정치인이 비윤리적인 행위로 처벌을 받고 정치를 그만두기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죄의 의미와 그것이 가진 사회적 파장에 대해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죄는 법으로 다스리게 되어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죄를 묻지 않게 하는 것인데, 이는 개인이 복수를 함으로서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게 하고 그럼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한 까닭에 법의 역사는 길다. 성경에 등장하는 율법학자들의 존재가 이를 말해주거니와 세속적으로는 고대의 함무라비 법전이 있었고, 중국 진나라 시절에는 이사와 같은 인물이 등장해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한 것이다.

법은 사람들이 잘못된 행위에 대해 단죄를 하고 그 집행이 끝나면 죄에서 벗어나게끔 만든다. 과거 죄를 범한 사람의 흔적은 남을 수 있지만, 그 죄의 사슬은 더는 유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런 법의 작동 원리가 올바로 기능하고 있는 것일까. 능력 있던 야구 선수는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또 그에 따른 출장 정지 처분도 받았다. 하지만 이 선수는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없었다. 죄의 대가를 치루고도 또 다른 상상적 죄의 사슬이 계속 그를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장래가 촉망되던 정치인 역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도 여전히 정치와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이 사회가 진정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국가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죄라는 올가미가 한번 덧씌워지게 되면 여기서 벗어나는 일이란 영원히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세속의 죄는 결코 씻기지 않는 죄, 종교적인 원죄이고, 업이며,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도 같은 것이란 말인가.

분단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받은 교육 가운데 하나가 반공 교육이다. 그 가운데 인민재판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제도화된 법절차를 밟지 않고, 대중 선동에 의해 인간을 재단하는 것이 이 재판의 특징적 단면이다. 가령, "이 사람은 죄인입니다. 그러니 심판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면 "옳소"하는 집단의 메아리가 반향하게 된다. 그 예기된 에코야말로 '이 사람'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상징 기호가 된다. 그것이 인민재판의 형식이다.

어떤 범죄의 징후가 있고 나면, 일부 피해자는 사법기관을 선택하지 않는다. 연관된 시민 단체나 언론기관에 가서 여론 재판을, 마녀사냥을, 아니 인민재판을 시도하려 든다. 그래서 이 재판의 가혹한 메아리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정당한 법의 심판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비참하게 예고된, 죽음이라는 결과를 강요당하게 된다. 인민재판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 원죄를 해결하고자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다. 그분이 왜 '세상의 빛'인지는 다음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어느 날 예수님 앞으로 간통을 저지른 한 여인이 끌려 왔는데,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이 여인은 돌로 맞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이 여인을 어떻게 정죄하는지 시험해 보고자 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판결은 의외였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라고 했더니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했다. 예수님은 벌을 주는 대신에 이 여인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시며 새로운 길로 안내하셨다. 죄가 없고, 자신만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으면 말하라. '심지어' 죗값을 치른 이들에게 "야구를, 정치를 하지 말라"고 말이다./송기한 대전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민주당, 행정수도특별법·행복도시특별법 최우선 처리 약속
  2. 대전 구도동 수소생산시설 최적지 제시…개발제한구역 규제 '걸림돌'
  3.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 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4.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총사업비 5716억원 확정… 사업 추진 속도 내나
  5. 오석진 교육감 국제중·고 설립 내년 기반마련…원도심 교육격차 해소할까
  1. 천문연, ‘우주 팽창 논쟁’ 암흑물질로 새로운 접근 나선다
  2. 대전 서구, 갈마문화공원에 1.6㎞ 무장애 둘레길 조성
  3. 대청호보전운동본부 25주년 기념... 앞으로 25년 논의
  4.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5. 천안·아산지역상생발전위원회, 아산탕정2집단에너지사업 조속 추진 촉구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대전시가 정부의 추가 국비 지원을 확보하면서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캐시백 혜택이 한시적으로 최대 18%까지 확대된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추가 교부받은 국비 7억 9500만 원과 기존 확보한 국비를 활용해 이날부터 11월 15일까지 온통대전 캐시백 비율을 일반 시민 15%, 복지대상자 최대 18%로 상향한다. 이번 조치는 전국적인 소비 활성화 행사인 '2026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으로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