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AI시대의 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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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AI시대의 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6-06-16 10:36
  • 신문게재 2026-06-1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열두 살 차이 나는 띠동갑 두 사람이 30여 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가 한 권의 책으로 남아있다. 아동 문학가 권정생과 글쓰기 교육자 이오덕, 두 사람의 편지를 엮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다. 연배가 있는 독자 중에서는 '몽실언니'라는 드라마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겪었고, 가난했던 시절에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몽실이 이야기의 원작자가 아동 문학가 권정생(1937~2007년)선생이고, 이 분과 인연을 맺고 죽을 때까지 편지를 주고받으며 신뢰로 보살폈던 사람은 글쓰기 교육자 이오덕 선생(1925-2003)이다. 해방 전 일본에서 태어나 9살에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평생을 외톨이로 힘들게 병마와 싸우면서 곤궁한 삶을 살았던 권정생은 자신의 올곧은 마음과 행동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이런 권정생을 알아보고 평생 의지가 되어 주었던 이오덕 역시 오롯이 자신의 삶을 견디는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두 사람이 30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던 사이,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이에 대한 두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도 읽어볼 수 있다. 군사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과 또 다른 군사정권의 패악질,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상의 변화를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이 뒷담화(?) 하는 장면도 보인다. "버림받은 사람들을 착취하며 이용하는 족속들"에 대한 언짢음과 종교계, 학계, 정계, 언론계 등을 언급하며 "저주받아야 할 인간들"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평생 투병과 경제적으로 여유치 않는 삶을 살았던 권정생은 "기술이 발전해서 인간이 여유로워졌지만, 인간은 더 나아진 거 같진 않다"고 투정(?)하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지만,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메말라가고,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 자연과 멀어진 인간의 삶은 황폐해진다.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이나 도덕성을 보장하진 않는 것이다.

젊은 독자 중에서는 수십 년 전 시골 선생들의 이런 편지 내용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의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을 보면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편지들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삼성전자 노조가 수억의 성과급을 요구하던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다. 우리는 기술과 생산성이 끊임없이 높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성과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더 첨예해지고 있다.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이 단순히 탐욕과 권리의 대립으로만 설명되기 어렵고, 성과의 분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점점 확대되는 사회 구조는 권정생의 '나아지지 않는 인간'이라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선거 관련)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제도가 정교해지고, 시스템이 고도화되어도, 운용하는 사람의 태도가 문제이고, 최종 점검은 사람의 몫이다. 이번 6·3선거에서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는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관리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고, 제대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못한 국민은 시위 중이며,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학생들도 시국 선언에 나섰다. 유럽 순방 중인 대통령이 보좌관들과 영상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는 단순한 사실로 되돌아온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최대의 화두는 아마도 AI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AI에 대한 교육제도 개·신설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AI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사회를 기대하지만, 그 활용을 둘러싼 논의는 점점 더 인간의 문제로 수렴하고 있다. AI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성찰이 중요해진다는 말 역시 같은 맥락이라 보여진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잘못 사용된 기술은 인재(人材, 人才)를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인재(人災)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편지는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단순한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을 믿고, 절제하며, 서로를 돌보는 태도가 무너지면 어떤 시대의 발전도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AI 시대에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서가 아니라 이런 오래된 마음의 편지일지도 모르겠다.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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