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표 대덕랩코 대표 "잘 팔릴 제품보다 '좋은 제품'"

전현표 대덕랩코 대표 "잘 팔릴 제품보다 '좋은 제품'"

우연히 만난 무슬림 여성 고민에 품질 좋은 할랄화장품 생산 도전 돈보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될 것

  • 승인 2016-03-13 13:13
  • 신문게재 2016-03-14 11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창조경제를 이끄는 현장을 가다] '국내 첫 할랄화장품 인증' 대덕랩코

그는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좀처럼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명함만 주고 가리라' 마음먹고 그의 사무실 문을 빠끔히 열었다.

외국인 2명과 통역을 사이에 두고 뭔가 열심히 설명하던 그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듯 고개를 한번 까딱했다.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있는 (주)대덕랩코를 찾아 전현표(54·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주앉게 된 전 대표는 외국인 바이어들과 제품 수출 상담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2001년 화장품제조기업 대덕랩코를 설립하고 2013년 우리나라 최초로 할랄 화장품 인증을 받는 데 성공한 전 대표에게서 남다른 분주함과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성균관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에바스화장품 기술연구소, 애경산업 화장품연구소, 대전보건대학 화장품과학과 겸임교수 등 경력만 놓고 봐도 사업가보다는 연구자에 가깝다.

그랬던 그가 우아한 연구자의 길을 접고 굳이 대기업 우위의 포화시장인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대표는 그 무모함을 이렇게 설명한다.

“화장품연구소에서 밤새워 연구하던 어느 날이에요. 문득 '내가 만드는 화장품이 정말 좋은 제품인가?'라는 의문이 드는데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을 할 수가 없더군요.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만드는 화장품은 좋은 제품이라기보다 잘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 관점에서 설계된 화장품이었던 겁니다.”

그날로 그는 연구소를 뛰쳐나왔고 빌린 돈 300만원으로 '정말 좋은 화장품' 만들기 연구에 들어갔다.

대덕랩코는 그렇게 한 연구자의 조금은 뜬금없는 자기성찰에 의해 만들어졌고 현재 종업원 36명, 매출액 30억원의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돌이켜보면 그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랄화장품 인증에 도전한 것도 생뚱맞은 감이 없지 않다. “2006년 카자흐스탄 출장 때 만난 한 무슬림 여성이 자국 내 할랄화장품은 품질이 좋지 않으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전 대표는 흘려들어도 그만인 생면부지 무슬림여성의 말을 부여잡고 꼬박 8년을 바쳐 터키의 할랄인증기관인 GIMDES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 사람이 이윤을 추구하는 냉정한 기업가인지 사랑과 평등의 박애주의자인지 헷갈려 하는 사이 전 대표는 “앞으로 3년은 할랄화장품 저변을 확대하고 이후 3년 간 매출을 증대한다는 계획 아래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무조건 돈을 좇기보다 올바른 사업으로 사회에 기여해 기업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책임의식 있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승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3.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4.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5.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1.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2.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3. ‘몸짱을 위해’
  4.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지역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 "실망·우려" vs 경영계 "절충·수용"
  5.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