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위로받고 싶은 우리에게… “서툰 여행도 괜찮아”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위로받고 싶은 우리에게… “서툰 여행도 괜찮아”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 최혜진, 에디터, 2014 최혜진, 에디터, 2014

  • 승인 2016-07-14 14:13
  • 신문게재 2016-07-15 12면
  •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여행'이란 낱말이 '서툴다'는 단어와 합쳐지면 '힘들다'가 될 것이다. 여행은 힘들다. 떠나기 전부터 일상의 시간을 쪼개야 되고, 어디를 갈지, 어떤 여행을 할지 선택해야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막상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비행기에 오르게 되면 그때부터가 고생 시작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낯선 환경에 당황하고 조금이라도 싼 것에 집착하게 되고, 하나라도 더 보려는 욕심에 온몸은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뭐든 잘 해내야 하는 경쟁적인 일상에 익숙해진 우리는 버리고 싶고, 달라지고 싶어서 떠난 여행까지도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은 이벤트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채점을 매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은 유럽 20여개 도시 여행기다. 이 책을 찾는 독자들은 우선 사진을 보고 반한다. 유럽의 풍경과 운치가 가득 담긴 사진들이 너무 이뻐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책을 덮고 책표지의 저자 이름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누구지?' 이제 책은 예쁜 사진이 담긴 편한 책에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여행 에세이로 표지를 바꾼다.

저자는 대전에서 태어나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며 틈틈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단박에 해방되어 길을 떠나고 희열과 보람으로 가득 찬 낭만적 밥벌이를 꿈꾸면서. 그러나 대답은 “No”다. 신통치 않고 답답해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게, 떠날 수 없는 작은 이유를 되새기며 단순한 의지로 삶을 끌어가는 그냥 밥벌이에 여행이라는 낭만적 훈기를 더하라고 귀띔한다. 우리가 꿈꾸는 삶은 로맨틱한 드라마가 아니라 매일의 집요한 선택이라고 말이다.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은 분명 서툴지 않은 여행 에세이다. 그간 우리가 읽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를 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나도 무언가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보는 즐거움, 읽는 기쁨, 나를 기록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삼박자로 함께 춤추며 다가온다. 요즘 트렌디한 여행서처럼 여행지 사진과 모호한 단문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잘 볼 수 있는지 요령을 알려주지 않아서 좋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행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지치고 고단해서 어떻게라도 떠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감염시키고 옹골지고 단단하게 여행에 함께하게 한다.

책 중간 중간에 저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내 여행 친구' 추천리스트는 방랑벽을 자극하며 두근거림을 선물한다. 유럽 각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나 그 도시 출신의 화가에 대한 이야기, 도시의 매력을 배가하는 책이나 음악을 권하고 있어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새 생각의 꼬리를 물고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음악, 영화를 떠올리고 공유하고 싶게 만든다. 또한 책의 구성도 남다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진학, 취업, 결혼 등의 선택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보통여자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뒤섞여 흐르게 하여 시간을 여행하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의 삶에 대한 분투와 필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요즘 도서관 신간 코너에는 비우고, 버리고, 위로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또 떠나라는 책들도 한 가득이다. 우리의 마음 어디서에는 위로받고 괜찮다고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떠나고 싶어서 떠날 때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초보자가 되어 보는 아주 좋은 시간이라고 말해 주어서 좋다.

그 많은 책들 속에서 말한 '보란 듯이 잘 하는 여행'이 아니라 미숙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책, '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과 함께 여러분도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 보심이 어떨지 바래본다.

김선주 성남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2. 천안법원, 보관 중인 돈을 돌려주지 않은 60대 변호사 '벌금 2000만원'
  3. 천안시, 공무원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 특강
  4. 천안시, '손 씻기·위생관리' 수족구병 예방수칙 당부
  5. 천안직산도서관, '손 끝에서 살아나는 작은 세상' 운영
  1. 천안시, 26일 '제16회 작은도서관 학교' 운영
  2.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3.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4.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5.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22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1차 브리핑이 예정된 가운데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태정 호(號) 노선을 가늠하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 등에서 드러난 민선 8기 민낯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허태정 인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지난 9일 가동 이후 인수위원장이 시행하는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엔 박정현 인수위원장, 이은구 부위원장, 박노동 운영간사 등이 참석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1일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업무보..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7월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국내 증시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에서도 3~5곳의 상장사의 주가가 1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2877개 상장사 중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42개, 코넥스 상장사 29개였다. 대전지역 소재의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개..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