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따라 걷다보면 마음도 맑아져…무안 회산백련지

  • 문화
  • 여행/축제

연잎따라 걷다보면 마음도 맑아져…무안 회산백련지

동양 최대 넓이 백련지, 빗방울이 찰랑거리는 연잎의 아름다움 108출렁다리 건너며 불교 교리와 부활담긴 연꽃처럼 마음 다독이게 돼

  • 승인 2016-07-21 13:30
  • 신문게재 2016-07-22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주말여행] 무안 회산백련지

연은 여름의 인연이다. 봄날을 보낸 식물답게 어른스러운 녹색을 두르고, 빗방울이 겹겹이 모인 연못 위로 둥그렇게 자리 잡고 큰다. 여름의 녹색과 푸른 색을 딛고 해마다 7월이면 꽃을 피우는 연. 지금, 동양에서 가장 넓은 백련 자생지인 무안 회산백련지에는 연꽃들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여름의 꿈을 꾸고 있다.

무안으로 가는 길에 비와 인연을 맺었다. 추위마저 느껴지는 날씨에 물안개가 백련지를 감쌌다. 연못에 들어서기 전 산책로를 걸었다. 나무들 사이로 초록빛 연잎으로 가득한 수면이 초원처럼 보였다.

회산백련지는 1933년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축조한 저수지였다. 단순한 저수지였던 이 곳이 연꽃으로 이름나게 된 건 한 사람의 꿈 때문이었다. 1955년, 인근 덕애마을에 살던 정수동씨는 꿈 속에서 열두 마리 학이 저수지에 내려와 앉는 모습을 보았다. 보통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 정씨가 다음날 연뿌리 12주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고 정성껏 가꿔 지금의 백련지로 변화하게 됐다. 한 사람이 꾼 단 하룻밤의 꿈에서 수만 명의 발걸음을 부르는 관광지가 피어난 것이다.

진흙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은 사람의 착한 본성이 나쁜 환경 속에서도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불교의 기본교리로 비유된다. 또, 다른 식물과 다르게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데 이것도 모든 중생이 태어나면서부터 불성(佛性)을 가지고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을 반영한다. 그래서인지 나무데크를 따라 연들을 바라보며 걷는 건 사찰의 마루를 밟는 기분을 닮았다. 물 위에 떠있는 연잎은 대웅전 천장에 그려진 연꽃을 떠올리게 하고, 광장과 통로의 연 모양 전등은 석가탄신일에 걸리는 연등과 비슷하다. 백련지는 거대한 사찰, 수행의 도량인 셈이다. '순간순간 사랑하고 순간순간 행복하세요, 그 순간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혜민스님' 연못을 가로지르는 108출렁다리엔 마음을 다독여 줄 다정한 글귀들도 새겨져 있다.

연 잎 위에 떨어진 빗방울들은 저들끼리 모여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바람부는대로 줄기가 흔들리자 고여있는 빗방울이 찰랑거린다. 잎 위를 간지럽히며 노는 투명한 구슬 같다가 어느 순간에는 흘러내리기 직전에 일렁이는 눈물 같기도 하다. 연잎은 잎 전체에 작은 털이 촘촘하게 돋아나 있어 연못의 물이 직접 묻지 않는 대신 빗방울이 고인다. 맑은 날엔 젖을 일 없이 먼지만 묻다가 비 오는 날이 되어서야 물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다. 퍽퍽한 일상을 보내다가 비오는 날 감수성이 깊어지는 도시인처럼, 연꽃은 사람 마음을 많이 닮았다.

고전 심청전에서 심청은 용궁에서 돌아올 때 연꽃 속에 폭 싸여 있었다고 한다. 밤에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에 다시 피는 연꽃은 그처럼 부활의 의미도 지닌 꽃이다. 백련지를 걸으면서 일상을 잠시 오므려두자. 화려하지 않아도 매일 수줍게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이 여름도 매일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2. 천안법원, 보관 중인 돈을 돌려주지 않은 60대 변호사 '벌금 2000만원'
  3. 천안시, 공무원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 특강
  4. 천안시, '손 씻기·위생관리' 수족구병 예방수칙 당부
  5. 천안직산도서관, '손 끝에서 살아나는 작은 세상' 운영
  1. 천안시, 26일 '제16회 작은도서관 학교' 운영
  2.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3.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4.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5.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22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1차 브리핑이 예정된 가운데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태정 호(號) 노선을 가늠하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 등에서 드러난 민선 8기 민낯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허태정 인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지난 9일 가동 이후 인수위원장이 시행하는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엔 박정현 인수위원장, 이은구 부위원장, 박노동 운영간사 등이 참석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1일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업무보..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7월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국내 증시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에서도 3~5곳의 상장사의 주가가 1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2877개 상장사 중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42개, 코넥스 상장사 29개였다. 대전지역 소재의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개..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