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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모습/사진=e영상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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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뻔한 사건이 있었다.
휴전 23년이 지난 1976년 8월 18일 오전 10시 45분께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 유엔군 제3초소 부근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에서 피 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사건은 크게 자란 미루나무에 시야가 가리자 가지치기를 하기 위해 미군 장교 2명, 한국군장교 1명을 포함한 11명의 장병들이 한국인 노무자 5명을 호위해서 현장을 찾아 절단작업을 시도하려는 순간 북한군이 이의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유엔군이 가지치기임을 설명하자, 북한군도 훈수를 두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북한군 박철 중위가 한 무더기의 병력을 이끌고 나타나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로 작업을 중단 둘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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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시민궐기대회 모습/사진=e영상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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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지 않으면 죽이겠다”라고 박철이 위협을 가했고, 미군 대위는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 진행시키려는 순간 “죽여!”라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북측 병사들은 노무자들의 도끼와 몽둥이를 잡아채 휘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리치는 도끼와 몽둥이에 두 미군 대위는 피할 시간도 없이 고스란히 맞았고, 현장에서 참혹하게 죽어야 했다. 그들의 이름은 아서 보니파스 대위(당시 계급)와 마크 배럿 중위였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사건에 한미 양국은 6.25 이후 첫 준전시체제에 돌입했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화가 폭발해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며 무장을 하고 직접지시로 보복결사대를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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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버니언 작전, 미루나무 제거 작업을 펼치는 모습/사진=e영상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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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사흘이 지나서 보복작전을 개시했다.
폴 버니언 작전(Operation Paul Bunyan)으로 명명됐고 군사분계선 부근에는 ‘데프콘 2’가 발령됐으며, B-52 폭격기 3대가 괌에서 발진했다. 165mm M135 파괴포를 갖춘 미군 M728 공병 전차가 자유의 다리를 정 조준하는 등 전쟁 전야를 방불케 했다.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64명 한국군결사대는 미군공병 엄호에 임했고, 한미 양국 군인들은 완전무장한 가운데 미루나무를 자르는 작전에 들어갔다.
북한의 도발 시 전쟁 불사를 표명했기에 작전은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한 상황이었지만 꼬리를 내린 북한은 침묵 속에 한 발 물러섰고, 제2의 6.25를 피할 수 있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아슬아슬했던 대한민국의 어제였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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