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송림이 에워싼 산성 아래 윤증 고택이 고즈넉이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송림이 에워싼 산성 아래 윤증 고택이 고즈넉이

제17회 노성산성(魯城山城-노성면 송당리)

  • 승인 2017-10-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노성산성벽과수구640
노성산성 성벽과 수구


노성산성은 공주-논산 23번 국도 중 노성면 소재지 북편 뒷산 정상에 축성됐다. 둘레 약 1000m 전후의 비교적 큰 테뫼식 석축산성이다. 노성산은 동·서?남은 평야지대여서 사방 어디서 보든 독립된 산의 형태다. 다만 북쪽은 비산비야의 낮은 구릉지대여서 남쪽 멀리서 보면 들판 위에 우뚝 선 모습이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하다. 잔존 성벽은 축성 방법이 다른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비교적 잘 다듬어진 서벽 근처와는 달리 북벽에는 3:2 정도로 메주형의 돌로 축조돼 서남성이나 성흥산성에 잔존하는 원형의 모습과 유사하다. 또한 개축된 곳의 기단부도 비슷하여 고려 이후에도 사용하면서 보축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비교적 네모지게 다듬어 내탁 외축한 성벽은 돌로 외면을 치석하여 조선시대에 수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높이는 높은 곳은 대략 5m 정도로 추정되며, 문지는 서문 쪽이 비교적 뚜렷하고 남과 동에도 있었던 듯하다. 남문지 근처의 성벽은 새로 복원 중이지만 서와 북문지는 옹성 형태의 문지 입구와 성벽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부는 종교 건물로 인해 거의 멸실되거나 파괴됐다. 남벽 안 금강대도 본원의 서편 우물은 과거에도 존재했었을 것으로 보여 성의 규모와 건물터 등을 종합해 보면 다수의 인원이 장기 주둔하며 농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성벽은 서, 북벽과 동벽 일부가 5~10여 단씩 100여 미터 가량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성벽은 안쪽에 막돌로 뒤채움 비슷하게 쌓고 그 바깥쪽에 큰 돌로 덧붙여 외축했음을 알 수 있다. 축성은 대체적으로 3가지 형태를 보인다. 뒤채움 같은 막돌 쌓음이 드러난 부분이 있는가 하면 같은 돌이라도 사방을 다듬은 돌을 사용한 부분, 사방을 다듬지 않고 날카로운 석재를 사용한 부분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의 성돌은 땅에 묻어 보이지 않고 층선(層線)이 옷감 잇듯이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계로 잘 깎아 현재 복원 중인 남벽은 마치 일본성을 보는 듯 살벌한데다가 색깔조차 희어 마치 수의 입은 시체를 보는 것 같다. 축성 모습이 이웃의 황산성과도 달리 숙종 때 개축했다는 상당산성의 축조 형태와 비슷하다. 남벽 안쪽별로 익숙지 않은 이름의 우람한 종교건물과 묘지가 대부분 차지하여 성의 분위기를 깨뜨린다.

노성산성벽540
노성산성 성벽
성 안에서는 삼국시대의 기와와 토기 조각, 고려, 조선시대 유물들이 산재해 있었다고 한다. 또 성의 위치상으로 보아도 탄현을 넘어 사비로 들어가는 황산벌 루트가 모두 조망되며 웅진이나 사비 진출 방어상 중요한 역할을 했을 곳이다. 서해를 통해 연산 개태사 인근까지 침범한 왜구들이 근처를 통과했을 루트도 성의 남쪽을 지난다. 서쪽으로는 석성산성과 마주 보면서 두 성 사이를 통과하여 사비로 들어가는 적 방어상 협력 활동이 용이하다. 이런 입지적 조건으로 백제시대에 이미 어떤 방위 시설이 있었고 현의 치소성 구실이나 그 후 필요성에 따라 조선시대까지 축성과 사용이 계속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산봉에는 장대지로 추측되는 부분이 있으며 동벽 약간 아래편에 봉수대로 여겨지는 석축이 존재하고 있다.「동국여지승람」에 "남쪽의 은진 황화산과 북의 공주 월성산과 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성내에 우물터가 두 곳에 있으며 현재도 주민들이 사용한다.



일제시대의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살아왔을 낙락장송의 기상과 향기에 취해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황금빛 들녘은 참으로 장관이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지키자고 마상에서 호령하던 계백의 기상도 저기에서 울려 퍼졌을 것이고 그의 장렬한 최후도 저기 어디서 맞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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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고택
노성(魯城)이라는 지명 자체가 공자와 노나라와 밀접한 연관을 지녀 명재 윤증과 인연을 지닌 지명으로 이 일대는 아직도 그 향기가 남은 곳이다.

송림이 에워싼 성 남쪽 기슭에 조선시대 대 거유 윤증의 고택이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 속세의 영리에 젖지 않고 올곧게 살다 간 고인의 모습을 닮은 아담한 옛 건물로 한국 건축을 말하는 이마다 찬탄을 마지않는 건물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맨 먼저 나그네를 맞는 바깥사랑채의 활짝 열리고 단아한 모습에 들떴던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 진다. 4, 5 단 댓돌 위 시원스런 지붕추녀는 선비를 닮았고, 뜰아래 줄지어 배롱나무, 만개한 들국화의 청초함과 잘 어울린다. 사랑채 오른쪽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간장, 된장독들은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이다. 사랑채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들면 안채가 아늑하고, 대청마루에 앉아 오손도손 자손들과 정담을 나누시던 이 집 종부 안노인 양반이 참으로 인자해 보였었다. 대청 뒷벽의 열린 창으로 살풋이 들여다보이는 장독대의 경치가 한 폭의 화면 속이다. 종손으로부터 검소하고 인간 중시의 가풍을 전해들을 수 있다.

고택의 좌측에는 향교의 건물이 우람하고 우측 등 너머에는 공자와 송조오현(宋朝五賢)의 영정을 모신 사당 궐리사(闕里祠)가 있어 가히 유향(儒鄕)을 이룬다. 고르바초프 방문 기념수가 있는 종학당에서 공부하던 옛 선비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산정에서 황산벌 풍광을 상쾌하고 넓어졌던 마음에 산 아래에서 학문과 선비 정신을 가득 채웠으니 얼마나 큰 기쁨인가.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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