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당산성에 강비 그치고 푸른 아지랑이 일다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당산성에 강비 그치고 푸른 아지랑이 일다

제18회 당산성(唐山城-남면 복통리·연기리)

  • 승인 2017-10-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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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방면에서 바라본 당산성/사진=조영연
1번 국도상 조치원-유성 중간쯤에 과거(세종시 이전) 공주 분기점 종촌(宗村)이 있었다. 여기서 약 2km 동편 복통리와 연기리(燕岐里) 경계 연남초등학교 뒤편에 당산이 있다.

복통리는 지도상에 나타난 행정 구역명이나 자연지명으로는 보통리다. '복(洑)'이 '스며들 복'과 '보막을 보' 두 가지로 발음되는데 마을이 미호천변의 큰 물막이보와 관련지어 붙여진 보통리가 먼저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산성 아래 연기리는 과거 연기현(燕岐縣)의 옛 치소지다. 백제시대에는 두잉지현(豆仍只縣)이었다가 통일신라 경덕왕 때 연기로 개명하고 일모산군(一牟山郡-문의)의 영현이 되었다. 조선 태종 무렵 전의(全義)와 합해 전기현(全岐縣)으로, 그 뒤 연기현이 돼 조선 말부터 연기군의 치소로 내려왔다. 그 후 행정 구역 개편과 교통의 발달에 따라 조치원으로 중심축이 이동되면서 무명의 지명으로 쇠락하고 말았다. 성 아래에 연기 향교가 남았다. 공교롭게도 이곳 인근이 행정수도의 핵심지로 지목된 최근의 동향이나 대국터로서의 부강쪽 전설 등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향교나 현의 뒷산은 당산(堂山)인데 당산에 위치한 이 성을 唐山城이라 한 점은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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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바라본 당산성/사진=조영연
성은 비록 백여 미터의 야산에 있으나 주변이 워낙 평지여서 우뚝 솟아 보이며 의외로 사방의 경사가 심하다. 산의 형태는 서측에서 바라보면 양 봉우리를 연결한 능선 남쪽 끝이 급격히 내려가서 마치 거대한 군함을 연상하게 한다.



추정 성벽 높이 약 3m 내외, 둘레 540m, 토석으로 혼축한 남쪽 주봉과 북봉 사이를 약 200m 정도 가량 안부를 사이에 두고 토축으로 연결하여 마치 남북으로 길어진 표주박 형태를 이뤘다.

안부의 중간쯤 가장 낮은 부분의 성벽 일부에 절단된 곳이 있어 현재도 양쪽 마을로 통하는 지름길로 활용되는데 그 양쪽에 동?서문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현재 사설 암자가 있는 동벽의 문지는 주택지와 경작지로 변해 원상을 파악할 수 없이 돼 버렸다. 서문지의 폭은 약 3m 정도로 추정된다. 양 봉우리 사이에는 현재 민묘들이 산재해 있으며 남봉 정상에는 과거 어떤 시설(군사 시설?)을 철거하고 체육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축성 당시라면 망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산리, 부강 방면으로 건너다니던 보통리의 동진나루가 굽어보이며 성의 형태는 동고서저형이다.

성내에는 건물지로 추정되는 2~3 곳의 평탄지가 밭으로 경작되고 있으며 주변에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그릇과 기와 조각이 발견됐는데 통일신라시대의 토기와 고려시대의 어골문(魚骨文) 기와 조각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성내에는 두 군데의 우물터가 있는데 동벽 근처의 것은 현재도 인가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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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성 동문 옆 수구/사진=조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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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성 우물/사진=조영연
당산성은 신라와 백제쪽 군사들의 동서진출입로 구실을 했을 요충지다. 한편 비록 낮은 지대에 있지만 성의 규모나 위치, 방향 등으로 미뤄 백제와 신라 사이에서는 물론 남진하는 고구려와의 각축장으로서도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당산성 주변에는 서북쪽으로 금성(금이), 운주, 동림, 병마산성, 서쪽으로는 와촌, 은룡리산성 등이 있다. 동쪽으로는 부강의 황우재, 성재, 복두, 독안, 테미, 노고,성산성, 동북 방면의 저산, 부모, 상당산성으로 연결된다. 남쪽으로는 1번 국도를 따라 2, 3km 지경의 원수봉(진의리), 나성리산성 등을 통과하여 유성의 안산산성 방면으로 통할 수 있다. 산성의 바로 아래에 옛 연기현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산성은 군사적인 면만 아니라 현의 치소성 구실을 겸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산성 근처 1번 국도는 6·25 동란 당시에도 아군과 북한 공산군들의 주요 진격로로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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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성 보통나루/사진=조영연
江雨初晴滴翠嵐 강비 그치고 맑은 물방울 푸른 아지랑이 지고

連峯層石璧於藍 연봉 층층 바위는 쪽빛보다 더 푸르네

『연기지』에 실린 당산성 경치를 읊은 시 가운데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당산성에서 바라보는 동편의 경치가 퍽 아름답다. 넓은 들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과 나루,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봄이면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떠올릴 만하다. 이 보통리나루와 앞길은 과거 한양길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히며 시를 읊조린 시인묵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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