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온달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의 흔적이 남아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온달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의 흔적이 남아

제30회 온달산성(溫達山城 - 단양군 영춘면 하리 성산)

  • 승인 2018-01-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온달산성앞730
온달산성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사진=조영연
단양 영춘에서 구인사길로 접어들어 온달관광단지 주차장에서 하차한 다음 드라마 세트장을 경유 우측 능선으로 약 800m 정도 경사길을 오르면 산성 입구에 다다른다. 소백산맥 시작부 험산을 배후로, 남한강을 앞에 둔 높은 절벽 위에 성은 위치했다. 영춘 방면에서 들어올 때 보면 거센 강줄기 동편 절벽상에 까마득히 우러러 보인다. 험산을 뒤로 하고 전면은 강을 해자로 삼은 천연의 요새다. 동편 태백산에서 내려와 영월을 거쳐 서쪽으로, 다시 남쪽으로 크게 휘어져 충주방면으로 내려가는 한강수로 및 그에 동반하는 육로, 소백산맥을 넘어 강원도와 경상도 동부로 진입하는 육로 등의 길목을 방어하는 것이 주 임무다.

성벽은 성재의 정상부에 두께 5~10㎝, 길이 30~70㎝ 가량의 얄팍한 자연 할석을 중심으로 쐐기돌을 사용하면서 비교적 수평쌓기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성벽은 복원됐으나 20012. 9월 현재 북벽에서 동벽으로 회절되는 북동쪽 능선부에 좌우 붕괴된 가운데 높이 3~4m로 길이 약 5, 6미터가 주변의 붕괴석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독립적으로 원형이 남았다. 그 부분에서 성벽의 원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원래를 모방해 놓은데 불과하다. 잔존부의 축성 방식과 석재 처리는 삼년산성 등과 유사하다.

현재는 둘레 638m, 높이 동벽 6, 북남 7~8, 서벽 10, 내벽고 2m 정도에 성벽폭 삼사 미터 가량으로 협축으로 복원된 상태다. 성 내부는 북, 동벽 쪽에서 서남으로 약 30도 가량 비스듬한 동고서저의 경사면을 이용해서 그 주위를 둘렀으며 성 안은 정상인 동, 북문지 근처로부터 서서히 낮아지다가 중간 아래 즉 남, 서문지 근처에 이르면 거의 평탄하다. 내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성내는 마치 배의 바닥처럼 움푹 들어가 성에 들어가기 전 문밖에서 느낀 웅장함보다는 시골 마을 같은 아늑함이 느껴진다. 이 부분은 과거 경작지로 활용되다가 정비되었다. 북벽에서 동벽 연결부와 서벽과 남벽 연결부는 약간 길게 밖으로 돌출되고 북문지 좌측과 서문지 좌측 모서리는 치 대신 곡성식으로 처리했다.

사방마다 문지가 있으나 동문지 자리는 붕괴된 석재들 사이에 복원되지 않은 채 남았다. 이 문지는 밖에서 올라오는 능선을 약간 벗어나 우회하도록 조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바 이런 형태는 여러 성들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곡성 처리된 곳 중 서에서 남으로 회절되는 부분은 밖에서 볼 때 15m 정도 이상으로 높고 우람하며 아래서는 까마득히 올려 보이고 위에서는 굽어보기 아찔할 정도다. 서쪽 곡성부에서 남문지에 이르기까지 안쪽으로 둥그스럼하게 굽은 성벽은 비교적 원(原)형 가까운데 남문지에 이르기 전 약간 안쪽으로 만곡된 성벽 하단부에 사각형 수구가 조성됐고 그를 통해 성내의 물을 흘러내리게 했다.

성안의 평탄지에 건물 등 여러 시설들과 더불어 우물이 있었고 수구 안쪽에 집수지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북문 안쪽에 투석용으로 보이는 강돌 무더기가 있으며 과거 성내에서 백제, 고구려계 등 삼국시대 토기편들이 나왔다는 점은 삼국 각축장으로 여러 나라들이 관여됐음을 암시한다.

온달산성전경730
온달산성 전경/사진=조영연
계립령, 죽령 방면 개척의 꿈을 세웠던 온달이 이곳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한을 안고 죽어 아내가 와서 달래고서야 떠났다는 전설적 기록이 전하지만 온달의 사지가 아차산성이라는 설도 있어 처음에 온달이 쌓고 남진기지로 삼으려 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산성의 위치상 여건으로는 남진하는 적을 방어하기에 적합하여 적성산성 등과 더불어 신라의 북진 전초기지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평소에는 더없이 맑았을 터이지만 필자가 방문한 계절은 한여름 큰비 끝이라서 시뻘건 강물이 성 밑을 도도히 흐르고 있어 함성과 함께 핏발에 뒤섞인 수십 길 절벽 위에서의 치열한 산성전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잡초 무성한 성안에는 마타리, 산부추, 강아지풀을 위시하여 온갖 잡초들만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바람결에 출렁인다. 북벽에 우뚝 선 몇 그루 소나무들만 말없이 내려다본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강줄기와 멀리 영월, 제천 방면 산 너머로 사라지는 길들이 영춘나루 건너편으로 이스라하다. 서벽 아래 관광단지의 화려한 옛 궁궐 모습이 고즈넉한 산성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안에 들어가면 공주를 만날 수 있을까?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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