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방랑자의 노래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방랑자의 노래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 승인 2018-11-22 15:54
  • 신문게재 2018-11-23 20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프레디 머큐리. 그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의 리드싱어입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그는 빛이 납니다. 스타를 넘어 전설이 되고자 했던 사람. 그러나 무대 아래의 삶은 어둡고 슬픕니다. 그는 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 잔지바르 태생의 파키스탄인으로, 부모를 따라 인도에 살다 영국에 온, 이른바 다문화적 정체성의 소유자였습니다. 또한 양성애자였고, 에이즈 환자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그의 삶과 노래를 보여줍니다. 록 그룹 가수인 그의 노래는 거칠기보다 서정적입니다. 또 외치는 큰 소리보다 가늘고 여리게 부를 때가 더 매력적입니다. 엄격한 아버지와 가족이 신봉한 조로아스터교의 교리, 전형적인 영국 백인이 아니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차별과 소외, 거대 음반사의 간섭. 한 여인을 지극히 사랑했지만 자기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성적 지향 등 삶은 그를 외롭고 슬프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자신의 삶과 자신의 음악은 자신이 결정한다고 외쳤습니다. 깊은 고통과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빛을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는 별이 되었습니다.



그는 떠돌이였습니다. 태생과 성장과정, 이후 삶과 음악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음악은 동시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아니 세대를 뛰어넘는 전설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천재의 요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는 너무 일찍 도착했거나, 아니면 끝끝내 지상에 뿌리내릴 수 없는 나그네는 아니었을지요.

1970년대. 유럽 전역을 휩쓴 68혁명의 분위기 속에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했습니다. 기성 문화와 가치관에 도전하고 저항했습니다. 온갖 금기, 규제와 싸우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굳세게 지켜냈습니다. 그것이 그와 동료들의 노래가 한 세대 지난 지금 다시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방랑자 집시들을 지칭하는 보헤미안의 노래는 신유목 시대, 노마드로 불리는 오늘날의 상황에 잘 걸맞습니다.



중학생 때 라디오를 틀면 팝송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김광한, 김기덕, 황인용 등 전문 진행자들이 들려주던 노래들이 생각납니다. 가사도 뜻도 잘 모르면서 그저 멜로디만 흥얼대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화로 노래와 삶을 함께 만나니 슬프면서 또한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aaIMG_9986-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4.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5.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티라노사우루스 발견 120주년'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특별전
  4.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5. KAIST 비싼 데이터센터 GPU 대신 내 PC·모바일 GPU로 AI 서비스 '스펙엣지' 기술 개발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은 2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형식이 아닌 실질적 특별시 완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시) 관련 핵심 특례 확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권·예산권·세수권 등 실질적 특례가 반드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법안이 가장 중요하다"며"형식적 특별시로는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방정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