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과 신의성실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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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과 신의성실의 원칙

한승환 법무법인 지원P&P 변호사

  • 승인 2025-07-13 16:59
  • 신문게재 2025-07-1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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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환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주택조합들은 많은 조합원을 유치하고자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하였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위와 같은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였다면,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고,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면, 이와 함께 일체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이에 따라 조합원은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지역주택조합에게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라는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 하면서도,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분담금 반환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39692 판결).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의미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위 사례에서, 환불보장약정의 내용은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될 경우 원고들이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용역비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환불보장약정의 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또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한 조합원들은 이후에도 조합에 적지 않은 분담금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이에 따라 위 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었다.

즉,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조합설립인가 이후 추가로 분담금을 지급하여, 조합으로서는 조합원들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조합원들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한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 행위와는 모순되는 행동이므로, 선행행위로 인한 조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에 반하는 조합원들의 분담금 반환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례로 인하여 지역주택조합과의 소송은 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분담금을 반환받고자 한다면, 이와 모순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승환 법무법인 지원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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