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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용 원장 |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 정치는 국민적 효용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치가 국민적 기대와 효용을 높이는 문제에서 효과적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다. 정치가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결과를 보장하는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선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 정치, 좋은 삶이 될까?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는 한 경쟁과 연대는 피할 수 없다. 때로는 권위와 권능으로 때로는 폭력으로 이 과정을 조정해왔다. 그러다 근대 민주주의가 성립되면서 법과 제도, 정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 여전히 충분하지 않지만, 법과 제도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 과거의 야만적 상황을 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라는 형식적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더 좋은 삶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 선택의 자유와 그 선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전환되었지만, 그것이 더 좋은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철학적 판단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개인의 삶도 피폐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정부에서 경험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했을 때 시민들은 공적영역의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의무로 여겼다. 이는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삶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에서 더 좋은 삶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선택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과 공동체 전체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는 마이클 샌델이다.
샌델은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개인의 선택 문제를 단순히 사적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공화주의적(공화제적) 주제, 즉 공동체 속에서 더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한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정치적 논의에서 단순한 기술적·중립적 해결책이나 절차적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개인의 선택 문제도 사회 전체의 맥락에서 어떤 도덕적 가치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둘째, 도덕적·종교적 신념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처럼 보여지는 문제도 정치적 논쟁과 분리될 수 없고, 분리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미 현실에서 종교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변질 될 수 있는지 묵도하고 있다.
셋째, 개인의 선택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책임을 자각하고,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정부가 탄생했던 선택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목표를 선택하고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존중하는 능력,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공공에 대한 지식, 소속감,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넷째, 진정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도 이러한 공적 논쟁의 장에서 다뤄지고 귀속되어야 한다.
마이클 샌델의 말은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삶을 위해 개인의 선택 문제가 공동체 전체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 개인의 선택을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가치를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망하지 않고 함께 더 좋은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의무가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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