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바이러스를 대하는 슬기로운 생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바이러스를 대하는 슬기로운 생활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 승인 2020-12-28 08:1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독감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가정이나 사무실의 실내 온도인 20°C에서 17일을 생존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8일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20°C 온도에서 유리, 종이, 폴리머로 제작한 지폐에서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28일에 달했으며, 40°C 온도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24시간을 살지 못한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구리 금속 표면과 골판지 위에서 생존하는 시간보다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위에서 더 오래 생존했으며, 핸드폰이나 유리와 같은 매끄러운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 이러한 연구는 공기 중의 작은 입자로 전파된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됐고, 휴대폰, 유리컵과 같은 물체들을 자주 만지게 되면 감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다양한 호흡기 증상과 함께 기저질환이 있는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겐 중증 폐렴을 일으킨다. 치사율은 사스보다는 낮지만, 변이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숙주 생물에 병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진화과정에서 숙주 세포가 죽으면 자신도 생존할 수 없기에 공존하는 생활사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변이가 생기거나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와 이종결합으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있다.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기보다 감염력이 10배나 강해졌다. 이는 바이러스가 정교하게 RNA를 복제하고 생산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류는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경험을 겪으며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고, 대단한 적응력과 생존력을 가지고 진화했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발생과 같은 스트레스와 열등감은 세계사를 바꾸었고, 새로운 발견을 하며 생존하게 했다. 콜레라의 원인을 알고 난 후엔 식수관리를 하는 시스템이 생겼고, 병원성 균에 의한 감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항생제와 백신이 개발됐다. 치타가 짧은 시간에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응용해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

뇌 주변의 조직에는 면역세포인 T 세포가 풍부하게 존재해 지속적으로 면역 분자인 인터루킨-17을 만들어 낸다. 이 단백질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게 해 감염에 대한 방어 작용을 조절한다. 뇌세포에는 이 단백질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위험과 같은 사회적 행동과 기억에 이용되며,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뇌조직에 뇌세포와 면역세포가 같이 모여 있다는 것은 사람의 정신과 행동에 미칠 수 있으며, 인터루킨-17이 부족한 경우에는 사람의 우울증과 자폐증에도 관련돼 있다고 한다.



사회적 경험과 위험에 대처하는 사람의 정신적인 자세는 우리 뇌에 있는 전두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겠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면, 직장, 시험, 이사와 같은 새로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대장 수면내시경을 한 후 발견된 용종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검사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고3 학생이 수능 성적을 받았을 때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스트레스로 생각하거나 좋은 경험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신 상태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대하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자연선택은 다만 생명체의 이익을 위해 작용하므로, 모든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자질은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보다 항상 느리고 생명체는 완벽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생존 능력보다 느린 인류의 진화속도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극복돼왔다.

2020년 한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해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제야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불안 속에서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더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백신은 계속 개발이 되겠지만, 백신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정신 상태다. 면역력을 유지하는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기다리고 극복할 수 있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