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독자 한 사람의 힘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독자 한 사람의 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1-08-02 08:2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한국 언론의 뉴스 신뢰도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한 달여 전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을 발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인 이 연구소는 10년 전부터 보고서를 펴냈다. 매년 주요 국가의 시민들이 자국의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디지털 뉴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을 조사해 발표해 왔다. 각 나라 언론의 실상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데 유용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한국은 5년 전부터 이 조사에 참여했다. 해마다 뉴스 신뢰도 부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조사대상 40개 국가 중 40위였다.

올해 한국 언론이 꼴찌를 벗어났다. 조사대상 46개 나라 중 공동 38위를 기록했다. 전체 조사대상 국가의 뉴스 전반 신뢰도 평균은 44%인데 한국은 32%이다. 아직 평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작년의 21% 수준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2~25%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언론의 뉴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언론'을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삼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를 우려한다. 열 명 중 여섯이 그러하다. 한국인들은 '유투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가장 강력한 통로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들은 소셜미디어 중에서 '유투브'를 통해 가장 많은 뉴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의 이념 성향 차원에서 볼 때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의 유투브 뉴스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한국인들의 뉴스를 이용하는 차이는 또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직접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뉴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핀란드의 경우 그 비율이 67%였다. 한국인들의 비율은 5%로 46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한국이 72%로 가장 높았다. 핀란드는 15%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은 포털이나 유투브를 통해 뉴스를 자주, 많이 소비한다. 동시에 포털이나 유투브가 허위정보를 가장 많이 유통시킨다는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넘쳐나면서 언론사들도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유혹에 빠졌다. 한국의 언론은 대부분 독자를 거대한 포털의 뉴스 클릭자나 검색 뉴스 링크자로 빼앗기고 있다. 저널리즘 보고서에서 보듯이, 종이신문의 독자를 자기 언론사 홈페이지의 충성스러운 이용자로 견인하는 데 성공한 나라들이 있다. 우리 언론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누구를 염두에 둘까. 경영을 무시할 수 없으나 경영진이 기사 작성의 우선 기준이 되면 곤란하다. 좋은 기사를 만들어 언론사 경영에 득이 되도록 하는 순서가 맞다. 포털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클릭 여부가 기사 생산의 기준인 것이야말로 언론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가장 불행한 일이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그런 조짐을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비록 단 한 명일지라도 언론인은 자기 언론사의 '독자'를 떠올려야 한다. 그 독자를 위하여 그리고 그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기사를 작성한다면 언론사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언론사의 깃발을 놓지 않고 흔들어야 포털에 가서 '아무나 뉴스'의 이용자가 되려는 언론 독자를 붙들 수 있다. 필자도 한 분의 성실한 독자를 떠올리며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칼럼을 쓰려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글 쓰고 공부하는 힘의 원천은 오롯이 한 사람의 독자다. 독자 한 사람이 언론사의 힘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