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made in 大田' 오징어 게임과 누리호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made in 大田' 오징어 게임과 누리호

  • 승인 2021-10-31 09:2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TV를 켜기만 하면 2년째 코로나 뉴스이고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본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진흙탕에 빠져버린 대통령선거 소식이다.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과 누리호 발사는 국민들에게 모처럼 신선함과 자긍심을 느끼게 해준다.

넷플릭스는 북한과 시리아 등 일부 폐쇄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고 시청률 순위를 집계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오징어 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장소라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초록색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단체로 딱지치기를 하고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복장에 대해 등교 금지령을 내릴 정도다. 외국영화를 극단적으로 배타하는 인도에서도 이 드라마가 결국 흥행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제한적이지만 모바일 기기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평양의 어느 골목 귀퉁이에서 어린아이들이 달고나를 나누어 먹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징어 게임과 관련해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게 있다. 드라마 속 출연자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게임 장소로 이동하던 미(迷路) 같은 계단, 허공에서 하던 줄다리기, 골목길의 구슬치기, 달고나 대결 등 중요한 장면들이 대전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다. 유성구 도룡동에 있는 문체부 산하의 스튜디오 큐브가 이 장면들의 촬영장소다.

지난달 21일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3단 액체로켓 누리호가 발사됐다. 탑재한 위성 모사체(模寫體)를 예정된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우리기술로 발사체를 고도 700km까지 쏘아 올림으로써 세계 9번째 우주 발사체 기술보유국이 됐다. 보도를 보니 이번 발사를 주도한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진들이 대전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발사 준비를 했는데 과정은 대부분 대전에서 이루어졌고 연구인력도 대다수가 대전에 상주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누리호 발사 직후 허태정 시장도 누리호를 'made in 대전'이라고 정의하면서 "과학수도 대전에서 개발된 누리호가 우주강국 진입을 위한 중요한 도약을 이루어 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에 사는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지만, 대전에서 생산된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고 또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중대한 성과를 창출한 것이다. 대전은 어느 대도시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갖추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대전의 경쟁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이른바 융복합(融複合)에도 취약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는 올림픽공원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초대형 인형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중이고 인터넷 오픈마켓에는 다양한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중심촬영지인 대전은 조용하기만 하다.

누리호도 비슷하다. TV로 발사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이 외나로도라는 섬은 기억해도 중요한 과정이 대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넷플릭스 본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한국의 감독이나 출연진은 수익이 미미하다는 소식이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서 대전시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 모두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아이디어와 실천력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한 공직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2.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3.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4.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5.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1.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2.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