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여의도 정치의 굴욕과 쇄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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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여의도 정치의 굴욕과 쇄신의 길

  • 승인 2021-11-28 09:1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속속 결정되어 표심 잡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내년 2월 13~14일에 있을 대통령 후보 등록절차가 종료되어야 후보군이 확정되겠지만, 여야 주요 정당들이 모두 내부 절차를 거쳐 후보를 확정했기 때문에 향후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 각 당에서 후보로 선출한 사람들이 내년 3월 대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될 전망이다.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국민으로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거대 여야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모두 우리나라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짧은 기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변인 자리를 지낸 일이 있고, 19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의 활동무대는 어디까지나 '지역'이었다. 그는 성남 '지역'에서 민변 소속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최근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경력을 쌓았을 뿐이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어떠한가? 잘 알려진 일이지만, 올해 7월 국민의 힘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경선에 나서기 전까지 그의 경력은 검찰로 시작해서 검찰로 끝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2년 사표를 내고 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한 것이 검찰청 바깥 경력의 전부이다. 두 후보는 경기도지사로서 또는 검찰총장으로서 비중이 큰 자리를 경험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일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경력을 살펴보자.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군 출신 대통령과 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대다수 대통령은 국회의원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이후에 선출된 모든 대통령은 국회의원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다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를 터전으로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장기간 투쟁하는 과정에서 부동의 대안적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활동을 통해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정치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의 경력은 대통령 후보의 자격 요건이 될 수는 없지만, 정치인에게 더 큰 정치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등장은 어떤 점에서 주변의 반란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는 1353만의 인구가 사는 우리나라 최대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긴 하지만, 국내 여러 지역 중 하나일 뿐이다.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출신의 내노라 하는 중앙정치의 선수들을 제치고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경선 승리는 중심에 대한 주변의 반란이다. 검찰청은 대표적인 권력기관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생리적으로 소통과 타협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기관이다. 검찰총장이 직을 사퇴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 역시 주변의 반란이다. 이러한 주변의 반란은 거꾸로 중심부의 굴욕이 되기도 한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에서 전개되는 싸움판 정치와 그들의 부패에 신물이 난 국민은 주변의 반란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변으로부터 들어온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서툰 언행을 듣고 보노라면 뭔가 깊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후보자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의 주무대를 제공하고 있는 국회와 정당도 '주변의 반란'이 던져주는 의미를 두고두고 새겨봐야 할 것이다. 쇄신만이 굴욕을 넘어서는 길이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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