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12월, 나의 구두와 다른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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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12월, 나의 구두와 다른 한 짝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21-12-25 09:18
  • 수정 2021-12-26 16:32
  • 신문게재 2021-12-27 1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권중순 대전시의장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12월의 마지막 주이다. 늘 그렇듯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곤 한다.

여행 작가이자 국제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매년 마지막 날이면 그 해 썼던 일기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새해 다이어리를 준비하면서 올 초 세웠던 다짐들을 제대로 이루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스마트폰 속 앨범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한 해 동안 신었던 구두들을 살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일 년 동안 닳아진 구두 굽들을 바라보며 과연 올 한 해 시민 여러분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독여 드리려 했던 초심을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럴 때마다 잘했던 일들에 대한 만족보다는 더 열심히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든다. 안타깝게도 쉽사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 상황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에 올해는 더욱 부족함이 느껴진다.

새해가 오기 전 잠깐의 시간을 내서 챙겨보는 한 편의 영화도 있다. 'The Other Pair(다른 한 짝)'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4분 정도의 단편 영화로 감독이 간디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분주한 기차역에 소년이 한쪽이 망가진 샌들을 신고 등장한다. 샌들을 고치고 있던 소년의 눈에 또래가 신고 있는 새 검정 구두가 들어온다. 소년은 구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종소리와 함께 기차가 들어오자 구두를 신은 소년은 가족과 함께 기차에 오른다.



그러나 북적이는 인파로 인해 구두 한쪽이 벗겨져 플랫폼에 남겨지게 되고 야속하게도 기차는 출발해 버린다. 이에 역에 있던 소년은 기차의 소년에게 구두를 전해주기 위해 달려가 던져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두 소년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차 안 소년이 자신의 남은 구두를 벗어 플랫폼으로 던진다. 구두를 선물 받게 된 소년도, 구두를 벗어준 소년도 모두가 활짝 웃으며 서로에게 손을 흔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두 소년이 순수하게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기에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쌀쌀한 겨울이 되면 이 영화를 찾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숫자로 셀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의미 있는 것은 아니며, 의미 있는 모든 것을 숫자로 셀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살아가면서 진정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 속 소년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슬픔을 헤아리고 배려하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진심이 담긴 그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 것이다. 연말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닫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실천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이제 며칠 후면 2022년이다. 임인년(壬寅年) 용맹함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호랑이처럼 우리 모두는 내년 한 해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소망할 것이다. 여전히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힘든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 역시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의 간절한 소망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대전광역시의회는 언제나처럼 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 시민 여러분의 삶을 살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이 말처럼 대전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진심을 담아 시민 여러분의 곁으로 쉼 없이 부지런히 달려갈 것이다. 그리하여 내년 이맘때 다시 한 번 구두를 살필 때는 지금보다는 좀 더 따뜻한 봄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권중순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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