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오늘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오늘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2-10-03 06: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이사장
양성광 소장
많은 이들이 후회하는 것처럼 필자도 풋풋했던 대학 시절을 누리지 못하고 하루바삐 취업해 돈을 벌 궁리에 몰두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 생활도 타성에 젖어갈 즈음엔 빨리 은퇴해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노니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이제 그런 직장 생활도 마쳤으니 바라던 대로 느긋하게 보내면 될 텐데, 이번엔 거꾸로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조바심을 내고 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매사에 불만과 투덜거림뿐인 기상캐스터 ‘필 카너즈’는 어느 시골 마을에 성촉절 취재를 떠났다가 자고 일어나보니 성촉절인 2월 2일 어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필은 전날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짓궂은 장난들을 계속 치지만, 매일 반복되는 같은 날에 지쳐 음독과 권총 자살, 투신자살 등 수많은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눈을 뜨면 다시 성촉절 아침이 반복되는 무한루프에 갇힌 것을 알게 된 필은 동료 리타의 조언으로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며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서서히 변해간다. 많은 선행과 세심한 배려로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사게 된 필은 리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리타와 함께 자고 일어나보니 마침내 2월 3일 즉 내일이 된다. 내일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뻐하는 필은 리타와 함께 마을에 아예 정착해 살기로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만약 내가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수많았던 날 중에 어느 날을 선택할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후회스러운 날로 돌아가 그날의 실수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아예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 초보 아빠 시절, 일 핑계로 매일 귀가가 늦던 시절 등 특정한 시기를 통으로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무한루프 초반의 필처럼 소중한 기회를 기껏 남을 등치거나 장난치는데 써버리게 될 것이다. 이제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고 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하루쯤 여유를 가져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골프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힘을 빼는 것이라고 했는데,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목표만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힘이 잔뜩 들어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만 힘들게 한 것 같아 지난날들이 후회된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키울 때도 그랬다. 초보 아빠는 서툴기만 했고 그래서 괜스레 야단도 쳤던 것 같다. 이제는 다 커서 멀리 외국에서 사는 딸아이는 힘든 것이 없다고 씩씩하게 말하지만 그럴수록 여유롭지 못했던 젊은 날의 내가 생각나 더욱 안쓰럽다. 내 삶의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제 막 시작한 딸아이의 팍팍한 직장 생활에서 왠지 나의 삶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카르페 디엠 - 오늘을 잡아라, 즐겨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보려 하는 것은 오늘 하루를 살아본 경험으로 같은 하루를 좀 더 잘 살기 위함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비록 같은 하루를 다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동안의 경험으로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다면 새로운 오늘 하루를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지면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일이 잦다. 어떤 때는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던 영화가 이미 전에 봤던 영화라는 것을 깨닫는 때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의 결론이 가물가물해서 끝까지 재미있게 보게 된다. 나의 오늘 하루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좋지 않았던 지난날들의 기억이 희미하여 희망을 품고 맞을 수 있다.

록밴드 들국화는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행진하는 거야. 나의 미래는 항상 밝을 수는 없겠지.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행진하는 거야"라고 노래했다.

나의 오늘은 항상 밝을 수는 없겠지만,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행진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쌓여 나의 삶이 채워질 것이다. 오늘 내가 변하면 나의 미래도, 내가 꿈꾸는 세상도 바뀐다.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2.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3.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4.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5.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1. 제주관광공사,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팝업 '성료'
  2.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3.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4.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5.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금융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인 '잠자는 계좌'가 3억 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숨은 금융자산을 찾아주고 있지만, 장기 미거래 계좌 등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나타났다. 2021년 말(2억 6440만개)보다 7751만개(29.3%) 증가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한다. 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