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한밭대와 충남대가 통합이 안 되는 이유 2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한밭대와 충남대가 통합이 안 되는 이유 2

노황우 한밭대 교수

  • 승인 2022-11-27 11:08
  • 수정 2022-11-27 22:45
  • 신문게재 2022-11-28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노황우 한밭대 교수
노황우 교수
최근 한밭대학교 신임 총장 취임 후 한밭대와 충남대 간 통합논의가 시작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두 대학이 통합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로는 흔히 국립대학으로서의 경쟁력 강화와 학령인구 감소를 말하고 있다. 진정 두 대학이 통합하기만 한다면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인가?

국립대학은 고등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기관으로써, '대학'으로서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국립'으로서의 공적 역할 또한 동시에 수행한다. 공적 역할로는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어 지역 산업발전이나 지역 상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교육복지의 최상위기관으로 저렴한 수업료로 공부할 수 있으며 차상위 계층이나 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녀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고 사회에 진출하여 성공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의 비중은 전체 대학에서 19.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73.1%, 호주 82.4%, 프랑스 79.4%, 스웨덴 81.2%에 비해서도 너무 적다. 비중이 적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해방 이후 1966년 대학학생정원령으로 정원을 통제되던 대학 정원이 1994년 자율화되면서 교육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국립대와는 달리 사립대학 중심의 급격한 양적 팽창이 원인이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의 정원 증가와 지방 캠퍼스 설립은 지방 대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립대학의 경쟁력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의 운영은 국가지원금 50%와 학생등록금과 같은 자체 수익금 50%로 운영된다. 운영비는 해마다 물가 인상에 의해 꾸준히 증가하지만, 국립대 자체 수입금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등록금은 10여 년 이상 동결 유지 기조로 인해 국립대가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학생 1인당 교육비도 2020년 기준 국공립대학이 평균 1,900만 원이다. 서울대가 재학생 27,813명에 1인당 교육비가 4,900만 원, 카이스트 8,100만 원, 포항공대는 1억 원이지만 통합대상인 충남대는 22,452명의 재학생에 1인당 교육비가 1,800만 원, 한밭대가 9,305명의 재학생에 1인당 교육비가 1,600만 원이다. 소위 명문 사립대인 연세대는 재학생 38,555명에 1인당 교육비가 3,200만 원이며 고려대는 36,676명에 2,500만 원으로 통합이 된다 해도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통합에 사용되는 예산지원도 통합 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른 입학 정원 감소에 의한 예산으로 지원된다. 그동안의 국립대 통합사례에서는 대략 20%~40% 정도의 대학 정원이 감축되었는데, 단순 계산으로 20%만 감축되어도 한밭대와 충남대의 대학 정원이 6,300명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밭대학교의 경우 재학생의 80%인 7,444명이 대전·충청지역 출신이 입학하기 때문에 20%만 감축해도 1,488명이며 충남대의 경우 재학생 중 40%인 8,980명이 대전·충청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20%만 감축해도 1,792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두 대학이 통합되면 3,280명의 대전·충청지역 출신 학생이 저렴한 등록금으로 국립대학에서 공부할 기회와 혜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통합 이후 대전·충청지역 출신의 입학률이 40%로 바뀌기 때문에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립대 통합의 최종 목적은 행·재정 통합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대학가 주변의 원룸이나 상업시설의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밭대학교 졸업생의 경우, 75%가 대전·충청지역에 취업하기 때문에 졸업생 감소로 인한 지역 산업계 위축과 지역특화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지역 국립대 간의 통합논의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강화의 목적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학생 1인당 교육비 문제, 자체 수익금 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지역 산업의 생태계 위축, 교육복지 혜택 감소,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진정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에 대해 지역의 정치권과 교육계, 언론, 시민사회 단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